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시켰다는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10-1부(고법판사 이상호·이재신·이혜란)는 19일 윤 전 대통령 등의 범인도피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 6명은 이날 모두 불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이 사건은 1심에서 피고인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항소하면서 2심으로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측은 "특검팀의 추가 입증계획은 대부분 수사외압 관련"이라며 "이 사건은 수사외압과 별개이므로 이 사건 유무죄와 관계없다"며 추가증거조사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 재판부에 추가 공판준비기일 지정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원심판결 이유 등에 대한 서증을 추가로 제출하고 공소장 변경을 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뒤 다음 달 16일 오전 10시에 추가로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은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하게 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11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정원장)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전 법무부 차관)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사실을 모른 채 대사로 임명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윤 전 대통령의 대사 임명지시가 내려져 그에 따른 후속 절차가 진행되다가 공수처 요청에 따라 이 전 장관이 출국 금지됐다"며 "그 뒤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됐다. 임명 이후부터 출국금지 사실이 비로소 관계자들에게 알려져 공유됐다"고 했다.
아울러 1심은 윤 전 대통령의 이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행위 자체가 범인도피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1심은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돼 수사가 지연되는 것은 범인도피죄가 규정하는 위험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