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1~9월 해외 도피 사범 655명을 국내로 송환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범죄 피의자 834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송환 인원은 약 2.6배, 검거 인원은 약 2.5배로 늘었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 공조가 해외 도피 사범 송환과 범죄조직 검거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1일 초국가 범죄 범정부 대응 1주년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대응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초국가 범죄는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내 피해자를 노리는 사기나 국가 간 마약 밀수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범죄다.
TF에 따르면 지난 1~9월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를 송환한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254명에서 655명으로 401명 늘었다. 동남아 지역에서 검거한 인원도 340명에서 834명으로 494명 증가했다. TF 관계자는 "현지 당국과 함께 범죄거점을 단속하고 총책과 핵심 조직원을 추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캄보디아에 기반을 둔 스캠 조직원 74명을 단체로 송환한 것이 TF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피의자들은 온라인 등에서 한국인 869명을 속여 약 486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는다. 정부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 현지 당국과 공조해 스캠 조직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당시 송환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TF는 장기간 해결하지 못했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의 국내 송환도 이뤄냈다. 필리핀에 수감돼 여자친구를 감옥으로 부르는 등 황제 복역을 하던 박왕열은 국내 마약 유통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지만 약 10년간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TF는 박왕열 송환을 주요 현안으로 관리하며 외교부·법무부·국가정보원·경찰청의 공조를 강화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박왕열의 국내 인도를 직접 요청했다. 정상회담 약 3주 만인 3월25일 박왕열은 국내로 송환됐다. 정부는 이후 수사에서 확보한 단서를 바탕으로 태국에서 마약 공급책 최병민을 추가로 검거·송환했다.
TF는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의 핵심 인물들도 붙잡았다. TF는 10조원 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의 총책을 아랍에미리트(UAE) 당국과 공조해 검거하고 지난 7월4일 국내로 송환했다. 별도로 3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의 총책급 핵심 조직원도 검거해 지난 14일 송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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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피해 다른 나라로 거점을 옮긴 조직도 추적했다. TF는 캄보디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한 한국인 스캠 조직을 현지 당국과 함께 추적했다. 지난 7월23일에는 조직원 14명을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한 지역의 단속이 강화되면 다른 지역으로 범죄가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범죄 피해도 줄었다. 캄보디아에서 스캠과 관련한 납치·감금 등 피해신고는 386건에서 19건으로 95.1% 감소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1만8746건에서 9333건으로 50.2% 줄었다. 피해액도 9867억원에서 4196억원으로 57.5% 감소했다. 또 해외에서 들어오는 마약을 차단하기 위한 공조도 강화했다. 정부는 우편집중국 5곳에 추가 단속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1~9월 마약 총적발량은 1339㎏이다.
정부가 초국가범죄에 범정부 차원의 본격 대응을 시작한 건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 납치·살해 사건과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등이 잇따르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3일 관계 장관 회의에서 수사·외교·사법·금융 분야의 역량을 모아 총력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29일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가 출범했다.
현재 외교부·법무부·금융위원회·국가정보원·공소청·경찰청 등 10개 기관이 TF에 참여하고 있다. 기관별로 나뉘어 있던 정보와 역량을 모아 현지 단속부터 국내 송환과 범죄자금 추적까지 함께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각종 송환 등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해외 범죄거점 단속과 핵심 조직원 송환을 이어갈 계획이다. 범죄수익 추적·동결·환수와 피해자 구조·보호도 강화할 예정이다. 조직원을 검거하는 데서 나아가 범죄에 쓰이는 자금까지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TF는 "지난 1년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초국가범죄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시간이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초국가 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정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