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고 이예람 중사 사건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안미영)으로부터 참고인 자격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뒤 영장 사본을 건네받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삼은 재판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재판소원제도가 지난 3월12일 시행된 뒤 사상 첫 공개 변론이다.
헌재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피의자가 아닌 피압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사본 미교부 사건과 관련한 재판소원 공개 변론을 처음 진행했다.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론이 필수는 아니다. 통상 서면으로 심리를 하되 헌재가 필요할 때 당사자와 이해관계인 등을 불러 변론을 진행한다.
이날 변론에선 청구인인 김영수 변호사와 피청구인 법원의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피의자)에게만 영장 사본 교부를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및 제118조의 해석과 적용이 헌법상 영장주의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피의자에게만 영장 사본 교부를 허용함으로써 수사기관의 수사 기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지, 영장 사본을 받지 못한 채 강제 수색을 당하는 참고인의 권리가 더 중요한지 결정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직접 발언대 올라 20분간 변론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피의자에게 당연히 인정되는 압수수색 영장 사본 교부권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란 이유로 전면 거부하는 건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 평등권, 재판 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 대상이 된 피의자보다 참고인이 절차적으로 두텁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 당시 영장을 제시받아 눈으로 읽었을 뿐 받지 못해 압수수색 이유와 압수의 범위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장 사본 교부 제도가 도입된 건 포괄적인 압수 및 위법 수집 증거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대법원은 이런 고려 없이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압수처분에 대해 기각하는 결정을 했다"고 했다.
법무부 측도 20분간 변론했다. 법무부를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는 "이 사건은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며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소원 외에 문제 삼은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었단 취지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은 재판이 헌법 및 법률상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이뤄질 수 있는데 (법원 결정의 근거인) 형사소송법 제219조 및 118조의 문헌은 명확하다"며 "참고인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하도록 한 규정은 없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수사 기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부 측은 실무적으로 피의자보다 참고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 사본이 참고인에게 문서로 주어질 경우 "수사 기밀의 누설 우려가 크고 타인에게 유포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의 밀행성과 사생활 보호란 공익이 중대하지만 피의자가 아닌 제3자인 참고인의 방어권의 필요성은 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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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변론 이후 헌법재판관의 개별 질문이 이어졌다. 김형두 재판관은 "대법원은 법률 조항에 충실하게 재판을 한 거 같다"면서도 "그런데 적용한 법률 조항이 위헌이라면 그 조항에 따른 재판이 결과적으로 위헌이므로 그것도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 측이 법원은 명시된 법률 조항을 적용했을 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대되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어 김 재판관은 법무부 측에 국회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할 당시에 '실무상 수사기관이 제대로 영장을 제시하지 않거나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로 포괄적·광범위하게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의견을 제안한 내용을 들어 "피의자가 아니어도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냐"며 "밀행성 부분이 침해가 안 된 내용으로 영장 사본을 교부하면 그건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
반면 조한창 재판관은 김 변호사가 압수수색 처분에 대해 준항고한 뒤 일부 구제받은 점을 언급하며 "이미 구제를 받은 것 아니냐"고 했다. 이밖에 △영장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압수수색 대상자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 △영장 사본 교부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된 뒤 별도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 등 개별 질문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청구인 김 변호사가 특검팀으로부터 주거지와 사무실·휴대폰 등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불거졌다. 김 변호사는 당시 참고인 신분이었다.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의 사본을 건네받지 못했고 영장 요건 역시 충족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특검 압수수색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했다.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했으나 김 변호사가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영장 사본을 교부받을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에 불복한 김 변호사는 대법원에 재항고했으나 지난 2월 26일 기각됐다. 이에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해당 규정을 위헌적으로 해석·적용해 평등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재판청구권 등이 침해받았다며 재판소원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