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에는 힘, 생각 고쳐먹었어요."
나이가 들면 힘이 떨어지는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요령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2년 연속 최고령 홀드왕에 오른 노경은(42·SSG 랜더스) 또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13년 만에 나선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2003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노경은은 무려 24년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내다가 리그 최고 선발 자원으로 떠올랐던 게 10여년 전이었고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부침도 겪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뒤 2022년 SSG 유니폼을 입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22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2승을 거둔 그는 이듬해 필승조로 거듭나며 30홀드를 챙겼고 2024년엔 38홀드, 2025년엔 35홀드로 2년 연속 최고령 홀드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지난 시즌엔 무려 77경기에서 80이닝을 소화하는 괴력을 보이고도 새 시즌을 앞두고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했다. 2013년 첫 WBC에 출전해 아픔을 겪었던 노경은은 13년 만에 다시 나선 무대에선 철벽의 면모를 보였다. 4경기 3⅔이닝을 소화했는데 체코전과 대만전 무실점, 호주전에선 선발 손주영(LG)이 갑작스레 부상으로 물러난 뒤 등판해 2이닝을 삭제하며 한국의 극적인 8강행을 이끌었다. 류지현 감독도 노경은의 역투에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 경험이 '42세 투수' 노경은에겐 또 다른 깨달음을 안겨줬다. 스타뉴스와 만난 노경은은 "2013년도에 갔을 때는 컨디션 조절을 잘 못했는데 실패했을 때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했다"며 "또 13년 전과 비교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발전했나 유심히 봤는데 테크닉도 많이 좋아지고 엄청 발전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좋은 선수들이 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포진돼 있기 때문에 그걸 몸소 체험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미 도가 튼 선수지만 세계 무대를 경험하고 느낀 게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들었음에도 더 요령을 잘 사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을 최대한 유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경은은 "결국에는 힘이었구나 생각했다. 나이가 먹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요령과 기술보다보다도 끝까지 힘을 키우고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이 한층 더 들게 됐다"며 "유지를 하려면 결국에는 힘이 필요하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안 받쳐줄 수도 있으니까 요령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선수들이 있는데 결국에는 힘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닫고 생각을 고쳐먹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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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철저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노경은으로선 자신의 루틴에 대한 확신을 더 갖게 되는 계기도 됐다. "개인적으로 트레이닝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순간 파워나 근력 면에 있어서 제가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는데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계속 여기서 더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해야 겠다는 생각을 더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 덕분일까. 투수와 타자를 가릴 것 없이 WBC에 다녀온 많은 선수들이 부상 혹은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지만 노경은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날씨 속에서 몸을 잘 만들고 온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오히려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왔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경기를 하고 왔을 뿐이지 전혀 무리 되는 건 없이 몸조리를 잘하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강 불펜을 자랑했던 SSG는 선발진이 평균자책점(ERA) 4.95로 최하위에 그칠 정도로 부진하며 더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ERA는 4.29로 3위지만 좀처럼 홀드나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경은과 김민, 이로운 모두 5월 들어 한 차례 흔들림이 있었다. 그러나 셋 모두 이내 안정을 찾았다.
노경은은 17경기에서 16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패 4홀드를 기록했다. 5월 들어 두 차례 무너지며 수치가 나빠지기도 했지만 지난 두 경기 위기를 지워내는 호투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지난 8일 두산전에선 앤서니 베니지아노가 2사 이후 흔들리자 1,2루 위기에서 등판해 단 2구 만에 아웃카운트를 추가했고 이후 7회까지 삼자범퇴로 마치고 홀드를 챙겼다.
10일 두산전에선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7회말 등판해 유격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고 시작했음에도 이후 세 타자를 깔끔히 잡아냈다.
시즌은 길고 SSG 선발진도 좋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깨달음을 얻은 노경은이 든든히 버티는 SSG의 필승조도 점점 지난해와 같은 위력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