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에게 '잠실 두산전'이란? "음... 한 번 생각을 하고 말해야겠는데요"

허경민에게 '잠실 두산전'이란? "음... 한 번 생각을 하고 말해야겠는데요"

신화섭 기자
2026.05.29 10:06
KT 허경민이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화섭 기자
KT 허경민이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화섭 기자

지난 26~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KT 위즈의 3연전은 '친정팀 더비'로도 눈길을 끌었다. KT 내야수 허경민(36)은 2025년 FA(프리 에이전트)로 두산에서 이적했고, 두산 투수 벤자민(33)은 2022~2024년 3시즌 동안 KT 소속으로 31승을 올렸다.

벤자민은 지난 27일 친정팀을 상대로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그는 경기 후 "(KT 타자들을 상대하니) 좋고 안 좋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있었다. 좀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고 미묘한 심경을 털어놨다.

데뷔 후 16년간 두산에서만 뛰었던 허경민은 어떨까. 그에게 "이제 2년째이지만 잠실에서 두산과 경기를 하면 느낌이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가 공수주에서 맹활약해 팀이 6-0으로 이긴 26일 경기 뒤였다.

허경민이 26일 두산전 4회초 2루타를 때리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허경민이 26일 두산전 4회초 2루타를 때리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허경민의 첫 대답은 "음... 한 번 생각을 하고 말해야 될 것 같습니다"였다. 그는 두산이 아닌 잠실구장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잠실이라는 게 저한테는 프로야구를 시작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올해 (철거를 앞두고) 잠실에서 올스타전을 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올 시즌 잘 해서 첫 기억이 있는 곳에서 마지막 올스타전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부상으로 좀 긴 시간을 빠진 바람에 그러기에는 조금 양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허경민은 "지금은 우리 팀이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것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민은 올 시즌 초반인 3월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엄상백(30)의 투구에 헬멧을 맞아 열흘을 쉬었다. 4월 11일 복귀 후에는 4번째 경기인 1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왼쪽 허벅지 부상을 입어 근 한 달간 결장 끝에 지난 12일에야 다시 1군 경기에 나섰다.

허경민(왼쪽)이 26일 경기 4회초 김상수의 안타 때 2루에서 홈으로 뛰어들어 선제 결승 득점을 올리고 있다. 두산 포수는 윤준호. /사진=김진경 대기자
허경민(왼쪽)이 26일 경기 4회초 김상수의 안타 때 2루에서 홈으로 뛰어들어 선제 결승 득점을 올리고 있다. 두산 포수는 윤준호.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즌 21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지만 타율 0.385(65타수 25안타), 2홈런 13타점의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고, 3루 수비에서도 여전히 안정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허경민은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올 시즌 5경기에서 17타수 6안타(2루타 3개)로 타율 0.353,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적 첫 해인 지난 시즌에는 11경기에서 타율 0.262(42타수 11안타)였으나 개인 시즌 전체 4홈런 중 2개를 때렸고, 타점도 SSG 랜더스전(11개) 다음으로 많은 7개를 따냈다.

이강철(60) KT 감독은 평소 "KT 출신들은 우리만 만나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투수야 안 나올 때도 있지만 타자는 한 경기에서도 서너 타석을 보게 되니 힘든 때가 많다"며 "앞으로 타자는 (다른 팀으로) 내보내면 안 되겠더라"고 농담조로 말하곤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라 했다. 세월이 흘러도, 이제는 적이 됐어도 '처음'의 추억이 담긴 친정팀을 향한 복잡미묘한 감정은 누구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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