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는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주전 선수인 페라자와 문현빈 강백호 이도윤 심우준 등을 모두 선발에서 제외했다.
김경문(68) 한화 감독은 "노력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한 번 주고, 조금 안 좋은 선수들한테는 컨디션을 찾을 수 있게끔 이렇게 경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며 "또 요즘 승부가 초반에 결정 나는 게 아니니까 (빠진 선수들도) 후반에는 다들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지금 (선발로) 나간 선수들이 더 집중해 잘할 수도 있고, 이 선수들이 더 힘내서 팀이 더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상대인 두산 불펜의 상황도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됐다. 두산은 최근 양재훈에 이어 이날 김정우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데다 박신지가 대체 선발로 나선 전날(3일) 한화전에서 연장 11회까지 구원투수진 소모가 컸다.
김원형(54)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어제 불펜 데이에 연장전까지 치러 최주형을 빼고 모두 등판했다. (4일 선발) 잭로그가 5이닝, 6이닝 이상 던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한화의 이날 라인업은 주전 선수들을 경기 후반 투입해 상대 불펜진을 공략하려는 일종의 '변칙'으로도 보였다. 더욱이 두산은 비 때문에 경기가 두 차례에 걸쳐 총 1시간 46분이나 중단됐다 재개되는 바람에 선발 잭로그가 4이닝 동안 60구만 던지고 조기 강판해 5회초부터 불펜을 가동해야 했다.

한화는 0-2로 뒤진 6회초 선두 오재원이 최준호로부터 3루수 앞 번트 안타로 출루하자 주전 선수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진영의 대타 문현빈이 볼넷을 골라내 무사 1, 2루. 4번타자 노시환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자 이번엔 페라자를 유민의 대타로 출장시켰다. 그러나 폭투 2개로 얻은 1사 2, 3루 찬스에서 페라자마저 최준호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허인서 역시 바뀐 투수 박치국에게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7회초에는 상대 투수의 '슈퍼 캐치'가 나왔다. 한화는 선두 김태연의 좌전 안타와 대타 이도윤의 우익선상 2루타로 1점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원석이 삼진 아웃돼 1사 1, 3루. 다음 타자 오재원은 초구에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투수 앞으로 낮게 떠오른 타구를 박치국은 몸을 날려 잡아낸 뒤 3루로 공을 던져 이미 홈까지 들어온 3루주자 이도윤을 포스 아웃시켰다. 두산을 동점 위기에서 구해내는 투혼의 수비였다.

한화는 1-3으로 뒤진 8회초 1사 후 이병헌에게서 노시환과 페라자가 연속 볼넷을 얻어냈으나 허인서가 삼진, 김태연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추격에 실패했다. 9회초에는 이용찬에게 이도윤과 심우준 이원석이 모두 헛스윙 삼진을 당해 허무하게 경기를 마쳤다. 이날 등판한 두산 구원진(최준호 박치국 이병헌 이용찬)은 모두 전날 경기에도 나온 투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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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화 타자들은 5회부터 두산 불펜 투수들에게 총 9개의 삼진을 헌납했다. 게다가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결국 한화의 '변칙 라인업'은 두산 불펜의 투혼과 탈삼진쇼에 꽁꽁 막혀 결실을 거두지 못한 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