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에는 등번호도 없는 예비선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축구대표팀 역전승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스)가 40도에 가까운 고열을 참고 뛰는 투혼 끝에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서 환상적인 골까지 터뜨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값진 승점 3을 따내며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묶였다. 첫 경기부터 승점 3을 따낸 한국은 A조 2위에 올랐다. 개막전에서 남아공을 2-0으로 꺾은 조 1위 멕시코를 추격하고 있다. 3위와 4위는 나란히 1패를 기록 중인 체코와 남아공이다.
A조 4팀 모두 전력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첫 경기 결과는 조별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한국 입장에선 반드시 승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그 중요한 대결에서 오현규가 한국을 구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내내 주도권을 잡고도 결정력 부재로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슈팅 수에서 8-2로 앞서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0-0으로 후반을 시작했다.
후반 초반에는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며 선제 실점까지 허용했다. 후반 14분 체코 수비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가 블라디미르 초우팔(호펜하임)의 긴 스로인을 문전으로 달려들며 헤더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22분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구해냈다. '골든보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환상적인 패스 한 번에 체코 수비 라인이 무너졌고, 황인범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았다.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황인범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황인범은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한 개인기로 골키퍼를 포함한 상대 선수 3명을 속인 뒤 절묘한 칩슛을 날려 동점골을 기록했다.

마지막 해결사는 오현규였다. '캡틴' 손흥민(LAFC)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오현규가 역전골을 뽑아냈다. 후반 35분 황인범이 측면에서 내준 패스를 골문 앞에 있던 오현규가 마무리했다. 오현규는 상대 수비수 뒤쪽에 위치해 있었지만, 한 발 더 움직이며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고 그대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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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2-1 역전. 한국은 이후 마지막까지 체코의 공세를 막아내며 월드컵 첫 경기부터 귀중한 승점 3을 따냈다.
오현규에게 북중미 월드컵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개인 첫 월드컵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가슴 뭉클한 사연도 담겨 있다. 오현규는 직전 대회였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대신 예비 선수로 대표팀과 동행했다. 정식 명단에 포함된 선수가 아니었기에 경기에 나설 수 없었고, 심지어 등번호조차 없었다.
대표팀 선배들과 함께 월드컵 현장을 경험한 것은 분명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예비 멤버라는 아쉬움도 남아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오현규는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저는 아무런 등번호가 없는 선수였다. 제 감정은 좀 속상했던 것 같다"면서도 "다음 월드컵에는 꼭 등번호를 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오현규는 다음 월드컵에서 등번호 18번을 받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4년이 흐른 뒤 오현규의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등번호 18번을 달았다. 여기에 체코전을 통해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고, 더 나아가 역전골까지 터뜨리며 감격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후 오현규는 체코전이 끝난 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일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오현규는 "사실 이번 경기 전에 몸이 너무 안 좋았다. 열이 38도까지 올라서 뛸 수 있을까 했다"며 "하지만 홍명보 감독님을 비롯해 스태프가 극진히 대해줘 경기에 뛸 수 있었고, 골도 넣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월드컵 무대에 대한 감격도 숨기지 않았다. 오현규는 "월드컵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홍명보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고, 골까지 넣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선은 다음 경기로 향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한다. 오현규는 "다음 경기인 멕시코전에서도 이 승리 흐름대로 가겠다. 또 겸손하게, 상대가 홈팀인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