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이라도 뛰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 팀에서라도 뽑아주신다면..."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하재훈(36)은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았다. 현역 연장 의지를 나타냈고 구단에서도 쫓아보내는 게 아닌 풀어주는 느낌의 방출을 택했다. 새 팀을 구할 일만 남았다.
SSG는 지난달 30일 "선수단 정비를 위해 소속선수 방출 및 육성 자원 영입에 나섰다"며 "방출 대상자는 야수 하재훈(36)과 이정범(28), 투수 박상후(23), 최수호(26) 등 총 4명"이라고 밝혔다.
용마고를 졸업한 하재훈은 KBO리그가 아닌 더 큰 꿈을 꾸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나 마이너리그에서만 뛴 뒤 일본프로야구(NPB)를 거쳐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SK 와이번스(SSG 전신)에 지명됐다.
SK는 투수로서 하재훈의 잠재력을 더 높게 봤고 KBO 데뷔 시즌부터 마무리 자리를 꿰차고 5승 3패 36세이브 3홀드로 구원왕에 올랐다. 평균자책점(ERA)은 1.98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이 문제가 됐고 결국 긴 재활 끝 야수 전향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2022년부터 야수로 나선 하재훈은 60경기에 나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경험했고 이듬해 77경기에서 타율 0.303(201타수 61안타) 7홈런 35타점 35득점, 출루율 0.374, 장타율 0.468, OPS(출루율+장타율) 0.842로 활약했다.

2024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지난해엔 스프링캠프에서 활발한 타격으로 이숭용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으나 연습경기에서 수비 도중 부상을 당해 조기 귀국했고 재활 후엔 이 때의 감각을 되찾지 못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는 49경기 타율 0.328 11홈런 32타점으로 날아올랐지만 정작 큰 기대를 얻고 콜업된 뒤엔 1군에서 18경기에서 타율 0.143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외야 거포 자원 김재환이 영입되며 입지가 더 줄었는데 퓨처스리그에서도 22경기에서 타율 0.171로 반등하지 못했다.
투수로 첫 시즌부터 세이브왕, 타자 전향 후엔 3할 타율도 써내고 확실한 고점에 도달해 본 적이 있지만 부상과 부진 등의 이유로 풀타임을 소화한 적은 없다. 하재훈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그게 첫 번째 목표다. 한 시즌 꾸준하게 나가는 게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 자체가 꾸준히 잘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그걸 목표로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큰 기대를 걸었던 타자다. 그만큼 가진 게 훌륭했고 태도도 좋았다. 그러나 2028년 청라돔 시대를 바라보며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는 SSG에서 36세 타자에게 줄 수 있는 기회는 한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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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훈에게도 갑작스러운 소식은 아니었다. 하재훈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선수를 더 할 생각이 있냐는 얘기를 나눴고 그렇다고 했다"며 "트레이드를 무상이든 어떻게든 해보려고 알아보다가 안 되면 웨이버 공시를 하는 걸로 방향을 잡고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쉽사리 선수 생활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2군에 있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며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고,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1군에선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퓨처스에선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올 시즌엔 퓨처스에서도 기회가 줄었다. 하재훈은 "경기를 잘 안나가다보니 감을 잡기도 어려웠다. 몸 상태는 좋다"고 털어놨다.

자신감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0㎏ 이하로 체중을 감량했다. 2023년과 같이 가장 좋았을 때의 체중으로, 루상에서든, 수비에서든 많이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이다. "당장이라도 뛰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갈 수 있는 팀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라며 "어느 팀에서든 뽑아주신다면 고마운 마음으로 가서 더 열심히 보여줘서 차근차근 올라가보려고 한다. 2군에서부터 성적을 내고 인정을 받아서 1군에 올라오면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재훈의 올 시즌 연봉은 6000만원. 하재훈의 나이와 두 자녀, 리그 평균 수준을 따져보면 결코 많은 금액이라고 볼 수 없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이보다 못한 대우도 감수해야 할 수 있지만 모두 준비가 돼 있다.
"아내도 더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얘기해 줬다. 후회가 있으면 안 되니까"라는 하재훈은 "1년이라도 더 하는 게 후회가 없다고 하더라. 몸 상태가 안 되서 못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는데 그만두기엔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019년 이후 줄곧 인천에서 살아온 하재훈이지만 가족과 생이별도 고려하고 있다. 그만큼 결연한 각오다. "육성군에서 훈련을 더 많이 했지만 타격감도 더 좋아지고 있는 상태고 몸도 더 좋아져서 더 날렵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힘과 스피드 모두 괜찮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쉽게 떨어질 피지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코치님들도 그런 얘기를 해주신다"고 어필했다.
이제 하재훈에겐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웨이버 공시된 선수는 7일 이내에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만약 복수의 구단이 양도를 희망한다면 KBO 순위의 역순으로 우선권을 갖는다. 이 기간이 지나면 하재훈은 FA가 되지만 어느 구단과도 올해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