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의 유일한 '예비역' 조병현(24·SSG 랜더스)은 동료들의 금메달이 누구보다 간절했다. 그리고 결승전 최대 위기에서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직접 길을 열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조병현의 활약은 강렬했다.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2이닝 동안 실점 없이 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한국의 5-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아쉬움도 있었다. 일본과 슈퍼라운드에서는 한국이 0-3으로 뒤진 6회말 등판해 ⅔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난 결승에서는 달랐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7회말. 선발 곽빈(27·두산 베어스)이 일본에 동점을 허용했고, 계속된 1사 1, 2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더 이상 점수를 내주면 경기 흐름이 완전히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조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조병현은 곽빈의 아쉬운 표정조차 보지 못했다고. 조병현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만나 "(곽)빈이 형 표정도 안 보일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냥 어떻게 잡을 것인지만, 생각하고 올라갔다"고 돌아봤다.

긴장도 마운드에 올라서는 오히려 사라졌다. 조병현은 "밖에서 경기를 볼 때가 제일 떨렸던 것 같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떨린다기보다 빨리 어떻게 승부할지를 생각하다 보니까 긴장도 덜 됐다"고 말했다.
결과는 완벽했다.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곽빈이 남긴 주자를 단 한 명도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1-1 균형도 그대로 지켰다. 위기를 막아낸 뒤 곽빈과 서로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마지막 삼진에는 의외의 뒷이야기도 있었다. 조병현은 "그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할지 볼로 던져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볼로 던지려고 했는데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더라. 운이 좋았다"라며 "(곽)빈이 형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고 나도 빈이 형한테 고맙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8회에도 조병현은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안타를 허용했고, 외야 수비가 한 번에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1사 2루가 됐다. 이번에는 박영현(23·KT 위즈)이 뒤를 이었다. 박영현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한국의 3-1 리드를 지켰다. 그렇게 곽빈에서 조병현, 다시 박영현으로 이어진 대표팀 필승조가 함께 금메달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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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은 "두 타자만 더 상대한다고 해서 깔끔하게 막고 (박)영현이에게 넘겨주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안타를 맞아 아쉬웠다"면서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에는 감사하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주목받는 것보다 앞뒤에서 함께 던진 동료들을 먼저 이야기했다. 조병현은 "우리보다 (곽)빈이 형이 먼저 주목을 많이 받는 상황이었다. 빈이 형이 앞에서 너무 잘 끌어줘서 우리도 뒤에서 잘 던질 수 있었다. 다 같이 잘한 것 같다"고 동료들을 챙겼다.
이번 금메달에는 조병현에게 특별한 의미가 하나 더 있었다. 대표팀에서 병역 특례가 아닌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통해 병역 의무를 마친 유일한 예비역이었다.
자신은 상무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군 복무 기간 야구, 팬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도 경험했다. 그래서 조병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표팀 동료들에게 향했다.
조병현은 "나는 군대에서 야구를 했다. 하지만 (보통은) 1년 6개월 동안 야구도 못 하고, 팬분들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군대를 갔다 온 입장에서 동료들은 안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꼭 병역 혜택을 받았으면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걸린 결승, 동점 상황에서 맞은 1사 1, 2루. 대표팀의 유일한 '예비역'은 가장 위험했던 순간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조병현은 "대회를 마친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부담감이 정말 큰 대회였는데 잘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와서 너무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