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한국경제 실패보고서"

[서평]"한국경제 실패보고서"

신수영 기자
2002.04.0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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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중)어느 일선 기자의 `한국경제의 실패보고서`

"한국경제는 세계화의 환상에 젖어 흥청대다 위기에 빠졌다."

한 일선 기자가 김영삼(YS)정부와 김대중(DJ)정부를 겨냥한 `한국경제의 실패보고서'를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학사ㆍ석사)를 나와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91~98), 재정경제부 계약직 공무원(98~99), 한경닷컴 금융팀장(99~2002) 등을 거쳐 현재 한겨레이코노미21에서 기획금융팀장을 맡고 있는 백우진 기자의 '한국경제 실패학'(지식공작소)이다. 이 책은 제목 만큼이나 그 내용이 '도발적'이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패유형"을 설명하기 위해 한 사회, 나아가 국가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그 나름의 비전, 즉 '아이디어'(또는 구호)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YS정부의 '세계화' DJ정부의 '지식경제' 등이 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아이디어'에 그 사회의 발전 가능성이 달려있는데 꼼꼼히 따져보면 최근 10년간 한국경제를 풍미한 아이디어는 모두 `엉터리'라고 단언한다. 이런 엉터리 아이디어를 따랐기 때문에 한국경제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그럼 '엉터리 아이디어'를 만들고, 유포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강요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저자는 "비전 설정의 리더십을 상실한 각계상층의 선무당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가 지목한 '선무당'은 바로 학자, 고위 관료, 언론, 재벌 등.

저자의 논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그는 YS정부의 '세계화 선언'의 탄생 배경이 "머리가 빈" YS정부가 재벌에게서 자문을 구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리고 능력에 맞지 않게 세계화를 추구한 대가로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즉 94년 이후 연이은 해외투자 자유화조치와 96년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통해 한국이 얻은 것은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허울뿐 "알몸으로 변덕이 심한 해외자본의 숙주역할을 기꺼이 자청"함으로써 불어나는 외채를 갚지못해 IMF위기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YS정부가 산업정책에서 발을 뺀 상황에서 그 누구도 재벌의 방만한 투자를 견제하려 하지 않았으며 또 그럴 역량도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언론은 애초부터 유의미한 아젠더를 제기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고 경쟁적으로 늘린 지면을 채우기 바빴다. 공무원은 상의하달 구조 속에 매몰돼 위의 지시를 따르는데 급급했다. 그런데 정상에서 지시를 내려보낸 YS는 과제를 파악조차 못하고 엉뚱한 주문을 남발했다. 국회는 여러 패로 갈려 싸우는 원형경기장이었다."

국가가 이러할진대 기업의 아이디어가 올바를 리 만무했다. `삼성자동차의 실패'가 단적인 예. 삼성 이건희 회장이 "70년대에 전자산업, 80년대에 반도체산업으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했듯이 90년대는 자동차 산업을 일으켜 국가중흥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러나 그것은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에 대한 "개인적 집착"에 불과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결과 "몇 년 뒤 삼성뿐 아니라 기아, 쌍용, 대우 등이 줄줄이 나가떨어진 과잉투자"를 불러왔다는 것.

IMF관리체제란 쓰디 쓴 교훈을 겪고 출범한 DJ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DJ정부에서도 YS정부때의 `선무당식의 비전 설정'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머리없는 행정부"는 미국 그린스펀의 신경제에서 해답을 구했으니, 세계화와 정보화란 `대본'만 달랐을 뿐 "대본이 채택되고 연출되기까지의 매커니즘"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는 것. 그 결과 DJ정부 들어 "(경제) 주인공이 재벌에서 벤처 기업가로 교체됐을 뿐 `화려한 비상'에 `바닥모를 추락'이란 줄거리는 비슷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그럼 실패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을 이끌어 가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집단, 즉 학자와 공무원과 언론인과 기업 경영인, 정치인 등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자기성찰과 토론을 통해 미래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수시로 현실에 맞는지를 점검해 나가는 반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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