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삼성의 위기의식
삼성그룹은 지금 잘 나간다.
과거 쌍벽을 이루던 고 정주영 회장 시절의 현대그룹이 사분오열되어 흩어진 후 지금은 삼성 혼자서 한국 재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등 한국 최고의 계열사를 줄줄이 거느리고 있고, 이들 계열사 경영자들은 30억원을 넘는 연봉에 스톡옵션까지 받으며 샐러리 맨으로서는 단군이래 최대 몸값을 구가하고 있다.
삼성의 선전은 실적에서 확인된다. 삼성은 상반기 중 68조원의 매출에 8조2000억원의 세전 순이익을 올렸다. 이런 기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져 올 전체 매출은 133조원, 세전이익은 15조원이 될 것이란 게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 본부장의 말이다.
삼성의 매출은 올 정부 예산 112조원을 20% 가까이 상회하는 엄청난 규모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알짜 장사만을 한다는 재계 순위 7위 롯데그룹 순익이 지난해 7100억원이었으니 롯데같은 그룹 11개가 벌어도 삼성을 이기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삼성이건만 그룹 총수의 마음은 편치 못한 모양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들에게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한다고 한다. 때론 전화상으로 계열사 사장들을 호통친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이 CEO들에게 지적하는 사항은 `당신이 잘해서 실적이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장이 회의 석상에서 "잘 나갈 때 조심해라"라고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지금 삼성을 필두로 하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 회장이 난데없이 `당신이 잘해서가 아니다'며 질책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의 기업경영 환경은 환율과 금리 변수가 결정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전 달러당 900원 수준이었으나 98년 이후 평균 1251원을 유지했다. 원화가 40% 가량 절하되다보니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품과 업체들까지 환율로 인해 왜곡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해먹고 살아왔다. 외환 보유고는 그사이 1150억달러로 늘었다. 논리적 비약이 있으나 대충 138조원을 환율때문에 벌었다고 해두자.
회사채 유통수익률로 대변되는 시중 실제금리는 98년 15%에 육박했으나 98년이후 평균치는 8.38%다. 기업부문 부채를 약 700조원으로 볼때 99년 이후 3년반동안 총 171조원의 이자부담이 덜어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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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은 은행을 통해 한계기업들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환율 금리 공적자금만으로도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465조원을 수혈받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이제 환율과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경제도 문제고 중국의 추격도 늘 불안하다.
현재의 좋은 실적에 자만하지 않는 삼성이 지금 미래사업을 찾으며 `환율이 1100원 일때, 1000원일때도 팔 수 있는 물건이 무어냐'고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