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신 못차린 SK글로벌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
지난달 31일 SK글로벌의 추가 분식이 발견된데 대한 채권단 고위관계자의 반응이다. 우연찮게도 기자는 SK글로벌이 분식회계의 책임이 있는 임원을 이번 주주총회에서 재선임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던 27일에도 다른 채권단 관계자에게 똑 같은 말을 들었다.
채권단 관계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SK글로벌이 지난달 19일 채권단 협의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자본총계가 5654억원이었다. SK글로벌이 분식회계한 내용을 모두 반영해 수정한 재무제표라고 밝힌 자료였다. 당시 채권단은 SK글로벌의 정확한 재무상황은 정밀실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설마 이번에도 속였겠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영화회계법인의 SK글로벌 감사결과는 완전자본잠식. 더구나 영화회계법인은 '회사가 해외현지법인에 대해 지급보증한 2조4000억원은 대지급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나 회사는 이를 손실로 계상하지 않았다'고 밝혀 자본잠식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글로벌은 19일 제출한 자료를 기본으로 자구계획안을 짰고 자구계획에 따라 앞으로 현금흐름을 계산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구계획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채권단도 당초에는 채권상환만 유예해주면 출자전환 등의 채무재조정은 필요없다고 낙관했었지만 이제는 추가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SK글로벌은 영화회계법인이 분식회계라고 지적한 부분은 장기 미수채권을 대손상각처리한 것일뿐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식회계 발표 이후 SK글로벌이 보여준 일련의 사건을 보면 시장이 믿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억울해할 자격도 없는 것같다.SK글로벌은 억울해 하기에 앞서 '발가벗고' 주주와 채권단 앞에 나서야 한다. SK글로벌 사태 해결의 출발점은 불확실성의 해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