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모와 '강원도의 힘'
지난 98년 개봉된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이란 영화가 있었다. 30대 초반의 유부남 대학강사 ‘상권’과 여대생 ‘지숙’은 서로 사랑했으나 현실을 극복 못한 채 헤어진 후 이를 잊기 위해 각각 강원도로 떠난다. 이에 카메라는 상권과 지숙을 쫓으며 각자의 시각에서 사랑과 현실을 정리하는 모습을 담는다.
한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벤처 ‘나모인터랙티브’의 지난 2주간 사태를 취재하며 머리속에 끊임없이 멤돈 것은 영화 ‘강원도의 힘’이었다.
사태의 당사자인 현 경영진과 노조측 대표는 지난 2000년 결합, 3년 가까이 완벽한 호흡을 맞춰오던 ‘밀월 파트너’였다. 사업의 구상부터 회사의 미래인 전략기획, 재무-회계를 비롯, ‘얼굴’격인 IR-홍보 등 연구개발(R&D)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동거인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박흥호 사장은 개인통장까지 재무팀에 일임하는 돈독한 신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당 12만7000원에서 3000원대로 곤두박칠치며 ‘달콤했던’ 이 동거는 깨져버린다.
박 사장은 설립 후 유례없는 매출감소와 72억원이라는 적자 앞에 120여명에 달하던 임직원을 70여명으로 감축하는 구조조정 방안과 수익중심의 신사업 진출안을 발표한다. 이어 그는 자신의 ‘안(案)’을 뒷받침해 줄 새로운 참모진을 구성, 구조조정과 사업안 개편에 착수한다.
이번 나모사태는 이 과정에서 터져나온 ‘폭발적 잡음’으로 보인다. 즉 현 경영진은 새로운 참모진을 앞세운 무리한 구조조정안 등을 발표, 조직구성원들에게 불안감과 박탈감에 이은 배신감을 준 것이다. 이에 두차례의 사주조합 공모를 통해 16%의 주식을 갖고 있던 20여 사내임직원은 ‘나모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 14%의 주식을 갖은 박 사장과 맞서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가장 재미와 혼란을 느낀 것은 이를 취재·보도하는 기자다. 양측 모두 하나의 사실을 놓고 해석, 주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 모두가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이었다”고 밝힌데 대해 비대위측은 “일관성 없는 제왕적-독단적 경영이었다”며 주주의 주주제안권을 통한 경영진 밀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어 비대위측은 재직 당시 수집한 박 사장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무기로 압박하고 있다.
한때 기자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조를 만들었으며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경영했던 경험이 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기자는 A~Z 모두 ‘과정과 조화의 미숙함’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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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모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강원도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