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쟁의 증인을 죽이는 미국

[기자수첩]전쟁의 증인을 죽이는 미국

장현진 기자
2003.04.10 12:36

[기자수첩]전쟁의 증인을 죽이는 미국

지난 8일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아랍 위성 방송인 알자지라 TV의 기자 한명이 사망했다.

알자지라는 아랍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방송으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타리크 아유브 기자는 폭격 당시 바그다드 지사 옥상에서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섬'이라는 뜻의 '알자지라'는 카타르 민영 방송으로 아랍권 방송 가운데 유일하게 왕실의 검열을 받지 않는 방송이다. 이 때문에 알자지라는 아랍권에서 객관적인 보도를 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혁명의 섬'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 쪽에서 보자면 알자지라 TV는 '완벽한 전쟁'으로 포장할 수 있었던 이번 전쟁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는 역적이다. 미군의 오폭으로 목숨을 잃은 이라크 민간인의 모습과 이라크군에 생포된 미군 포로들의 모습을 방영하면서 미국의 '완벽한 전쟁'에 흠집을 냈기 때문이다.

미군은 알자지라 폭격에 대해 '실수'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정황으로 봐서 미군의 오폭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알자지라의 바그다드 지사는 거주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가까운 곳에 군사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또 폭격 전 미군기는 두 차례나 바그다드 상공을 배회한 것으로 알려져, 실수로 알자지라 지사를 폭격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이 알자지라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에도 알자지라가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프간 국민들의 모습을 단독 방영하자, 알자지라의 카불 지사에 폭격을 가했다. 결국 알자리라는 카불 지사를 철수, 아랍권의 목소리 내기를 포기해야 했다.

동료 기자의 죽음을 목격한 알지지라 마지드 압델 하디 기자는 "알자지라 TV가 전쟁에서 맡은 역할은 없다"며 "알자지라는 전쟁의 증인일 뿐이며 객관적으로 전쟁을 보도하는 언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저지르고 있는 범죄를 가리기 위한 것이며 증인을 공격 목표로 삼는 것은 최대 범죄라고 비난했다. 알자지라는 현재 바그다드 지사의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9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 문제가 논의되는 등 국제 사회의 관심이 북한으로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북핵 문제를 반미적 시각 혹은 중립적 시각에서 보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폭격에 안전한 '벙커 지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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