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앞 5200억,뒤에선 1000억"

[기자수첩]"앞 5200억,뒤에선 1000억"

김현지 기자
2003.04.16 08:00

[기자수첩]"앞 5200억,뒤에선 1000억"

올해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인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IMT-2000)인 W-CDMA 투자와 관련, SK텔레콤과 정보통신부간 숨바꼭질 속에서 투자자들과 장비업체만 휘둘린 꼴이 됐다.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의 SK텔레콤 주가를 하루만에 하한가로 끌어내릴 정도의 힘을 과시한 W-CDMA 투자에 대한 SK텔레콤의 입장은 애초부터 ‘최소 투자’였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영문도 모르는 시장은 “SK텔레콤이 W-CDMA 투자를 축소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혹은 “정보통신부는 W-CDMA 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등 대립되는 입장이 떠돌 때마다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시장을 쥐락 펴락하는 이슈에 대해 SK텔레콤은 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일까. SK텔레콤은 지난 1월말 2002년 사업실적을 겸한 2003년 투자계획 발표에서 W-CDMA에 52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해 주가 폭락을 초래했다.

이에 놀란 듯 SK텔레콤은 2월 초 “투자비에 대한 오해를 없애겠다”며 2차 IR을 가졌다. 그러나 이 때도 투자규모 축소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 ‘투자 규모’의 대거 수정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역시 주가는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한달 뒤 정보통신부 담당사무관의 책상 위에 'SK텔레콤은 올해 W-CDMA 서비스를 위해 1088억원만 투자하겠다'는 서류가 놓여 있었다. 한달 동안 5200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약 4000억원의 투자비가 대폭 줄었다는 점도 놀랍지만, 투자자에게 “투자비 5분의 1로 축소 가능성”을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던 경영진이 더 놀랍다.

 

SK텔레콤 측은 “투자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하지만 그것이 진정 투자자 배려책이었다면 왜 발표하지 않은 것인지 묻고 싶다.

 

정보통신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이날 국회 정통부 질의에서 “SK텔레콤 투자금액이 시장이 알고 있는 5000억대가 아닌 1088억원으로 기재돼 있다”는 질문이 제기됐지만 담당공무원은 “업체가 그렇게 말했고 5월초 다시 밝히겠다고 했다”고만 대답했을 뿐이다. 결국 투자자와 관련업계, 정부간 소모적 논쟁만 되풀이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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