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총재의 궁색한 논리
"하늘에 맹세코 외압은 없었다. 경기·고용과 부동산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결국 경기와 고용을 택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통위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금통위가 콜금리를 인하한 이날 시장과 기자들의 관심은 당연 박 총재가 금리 인하와 관련해 어떤 말을 할 것인지에 모아졌다. 지난달 말 불과 2주일도 안돼 금리 정책의 방향을 수정,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총재는 금리인하에 대한 비난여론과 외압설을 의식해서인지 30분 넘게 금리 인하의 당위성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가 먼저 꺼낸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고용안정'이었다. 박 총재가 고용 문제를 이처럼 강조한 것은 취임후 처음이다.
그는 또 금리를 내리면 서민과 중소기업자, 신용불량자 모두 직간접으로 금리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동산값 상승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현재 부동산투기는 특정지역에서 특정계층이 하고 있는 부분적인 현상"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박 총재의 이같은 견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까? 한은 설문조사결과 경제전문가들중 62%는 금리인하 효과에 부정적이며, 58%는 금리인하를 반대했다. 또 많은 서민들은 금리인하가 부동산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로 금리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반기기 보다는 오히려 부동산가격 상승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의 박사는 박 총재의 부동산 관련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강남지역에서 시작된 부동산값 상승이 강북, 수도권, 충청권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통화정책의 수장이 어떻게 부분적인 현상이라고 가볍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 총재는 지난해 4월 부동산값이 급등할 때도 '경기 회복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분적인 마찰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에는 '부동산값만 놓고 보면 당장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바 있다.
금리 정책은 시장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박 총재는 강조하지만 시장은 중앙은행 총재의 잦은 말바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