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물류대란 이후..

[기자수첩]물류대란 이후..

이승호 기자
2003.05.16 12:13

[기자수첩]물류대란 이후..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물류대란이 일어났고,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격이죠" 이번 물류대란을 현장에서 지켜본 재계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번 노정협상에서 정부가 노조의 요구안을 전적으로 수렴한 것은 정부의 뒤늦은 사태 파악과 늑장대응에서 비롯됐으며, 그 모든 부담은 기업이 지게 됐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이미 지난 2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하며 화주인 철강업체와 정부에 운송료 인상, 경유세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등을 요구하며 성실한 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고, 전국 파업사태로 이어져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촉발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 여러 부서에 물류 관련 실무담당 부서가 있지만, 이번 파업사태의 심각한 본질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어느 부서에서 이번 사태를 담당할지도 결정하지 못하는 등 정부 차원의 원칙적인 대응책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부산항과 광양항 등 국가 수출입 거점이 파업사태로 마비되는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토론회와 부처간 소관부서 핑퐁게임이나 벌였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파업의 장기화를 우려해 엄정한 법 집행보다는 화물연대 요구안 전격 수용을 선택했다. 늑장대응이라는 여론이 확산됐고, 방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만난 해외투자자들도 한국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우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정부의 대응 방침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또 이번 파업사태 해결 국면에서 결정된 유류세 인하 등이 자칫 업종간 또는 계층간 이기주의 확산으로 이어져 '제2의 물류파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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