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서울물고기' 기대한다

[시평] '서울물고기' 기대한다

윤창현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
2003.06.05 12:2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 '서울물고기' 기대한다

필자가 최근에 투자자별 거래량과 우리나라 주가지수선물가격의 움직임에 대해 분석한 논문의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거래량이 증가하면 선물가격이 오르고 매도거래량이 증가하면 선물가격은 하락한다. 반대로 개인투자가의 매수물량이 증가하면 선물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매도물량이 증가하면 선물가격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외국인들이 매수를 시작하면 한발 늦게 개인투자자들이 추격매수를 하면서 가격을 올리면서 외국인은 이익을 보게 된다는 얘기도 된다. 매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99년도에 우리나라 선물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홍콩계 펀드의 경우 단타매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콩 물고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이렇게 별명이 붙여질 정도로 주목을 받으면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 된다. “홍콩물고기”가 본격적으로 선물매수를 시작했다고 소문이 나면 국내투자자들이 추격매수를 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거꾸로 매도포지션을 취한다는 소문이 나면 투자자들이 달려들어 가격을 떨어뜨려 준다. 이익 볼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바로 “검은머리 외국인” 들의 등장이다.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후 이를 가지고 조세피난처 등 회사설립이 쉬운 지역에 회사를 설립한 후 이 자금을 국내에 투자할 경우 외국법인의 투자로 인정받게 된다. 이 자금을 회사에 투입하면 회사의 외자유치가 되고 장내 거래 주식을 사면 외국인 주식투자가 된다. 호박에 줄을 그으니 수박이 되는 셈이다.

최근 주가조작 혐의와 함께 1700억원대 LG증권 미수사고를 일으켜서 검찰에 고발된 두명의 투자자가 바로 이 검은 머리 외국인임이 드러났다. 이들은 홍콩에 회사를 차리고 외국 법인 자격으로 국내에 투자를 함으로써 상당한 이득을 챙겼다. 코스닥종목의 주가조작도 하고 심지어 대규모 미수까지 발생시키는 등 국내시장을 상당히 교란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그들의 실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 국내투자자 스스로 창출한 자기최면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그들에게 있고 따라서 그들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것이 좋다는 자기최면은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주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자기최면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뉴욕물고기 런던물고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실력있는 투자전문가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오랜 동안 논의가 이루어진 자산관련 법안의 통합과 금융권역별 규제의 대칭성확보가 시급하다. 또한 헤지펀드같은 사모형태의 펀드도 양성화시키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미국의 경우 헤지펀드의 펀드매니저는 본인에 의해 증식된 자금의 약 20% 정도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타인의 자금을 성실하게 운용하여 이익을 볼 경우 펀드매니저 본인도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남의 돈이라고 함부로 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펀드매니저 본인의 자금도 일정부분 편입시키도록 하면 된다. 이처럼 자금운용이 중요한 기술로 대접받고 본인도 상당한 혜택을 누리는 분위기가 되어야 시장에서 인센티브가 생기고 양질의 인력들이 더욱 이 분야로 투입이 될 것이다.

부작용을 걱정할지 모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사적계약의 특성을 이용하면 된다. 계가 깨졌다고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지 않는가? 저금리시대를 맞아 자산운용업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국가전략산업 육성적 관점에서 제대로 된 자산운용산업을 육성하고 전문인력들을 계속 양성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홍콩물고기”가 아닌 “서울물고기”가 더욱 힘을 받도록 할 때가 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