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이창동과 김영진

[시평] 이창동과 김영진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2003.06.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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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창동과 김영진

지난 2월 새 정부가 내각을 발표했을 때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국제경제학이 전공인 필자의 관심은 문광부와 농림부 장관에 쏠렸다.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의 핵심인물 영화감독 이창동, 그리고 쌀시장 개방반대 삭발투쟁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운동의 국회의원 김영진.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방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진보 정부에 걸맞는 인선이라 생각했다. 또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전부 보았을 정도로 이창동 감독의 팬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북아경제중심 정책이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필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동북아의 경제중심이 되려면 - 비록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 외국인 직접투자를 많이 유치하여야 한다. 경제자유지역의 선포도 결국 사회간접자본 제공과 조세감면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이다.

또 많은 금융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현실성도 있어 보이는 금융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특히 이 분야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미국의, 투자, 법률, 회계, 컨설팅 기업을 유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비록 그 효과가 불확실하다 할지라도 한미투자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정석의 수순이다.

 

또 자동차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갈 때는 100% 관세를 물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8%만 물어도 된다면 어느 나라에 자동차 공장을 짓겠는가? 산업과 물류의 허브가 되기 위한,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필수정책은 여러 국가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의 망이 바큇살(spikes)처럼 뻗어나게 해서 우리가 이 무관세 바큇살의 중심(hub)에 앉는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어서 한미투자협정이 무산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창동 장관의 인선을 한미투자협정을 포기하는 신호로 받아 들였다. 또한 김영진 장관의 임명을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정책의지로 받아들였다. 농업의 문제를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한일자유무역 협정의 경우에도 GATT 위법성의 여지를 제거하기 위해서 일부 농산품을 개방하여야하기 때문이다. 한-중,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동북아 경제중심 정책을 과거의 신경제 정책과 같이 그저 정권 초기에 외치다 마는 정치구호려니 했다. 아니면 필자가 모르는 신묘한 정책이 있던지. 그러나 둘 다 아닌 듯하다. 현 정부는 동북아경제중심 정책에 아주 큰 비중을 두고 이를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신묘한 정책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핵심에서 한미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애초에 이 분들을 장관으로 선택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충돌 코스가 문자 그대로 명약관화했는데. 최근 정치가다운 유연성을 보여주는 김 장관과는 달리 이 장관이 양보하는 것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필자라도 친구 명계남씨와 문성근씨, 그리고 동료 영화인들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사표를 내지.

 

현 정부의 정책혼선에 대한 비난이 점점 파고를 높여가고 있다. 이번 일은 지난 일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장관의 거취와 강력한 이익단체와 반미감정이 맞물려 있다. 대통령은 장관의 사표를 받고 한미투자협정을 체결하든지, 이것이 배신이고 굴욕외교로 느껴지면 한미투자협정을 깨끗이 포기하고 정권의 코드에 맞는 정책에 집중하든지 분명하고 신속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 현 정부의 업적은 결국 앞으로 6개월 안에 벌려 놓은 일로 평가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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