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노동문제 정말 “법대로”
참으로 산 너머 산이다. 연초부터 북핵사태를 필두로 SK 글로벌과 카드채 문제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더니 최근에는 단연 노동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5단체장들이 “법대로”와 “공장이전”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이에 맞서 민노총등 노동계가 파업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 노동현장에는 전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엄정한 법집행”이다. 이것은 옳은 말이다. 법이란 바로 이런 갈등상황을 교통정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고, 또 국가란 법을 그대로 강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위 “법대로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또 국가가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우선 “법대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한편으로 사용자와 피용자 각각에 대해 현행 법이 보장하고 있는 각종 권리가 철저히 보호되도록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권리가 현행 법의 테두리를 뛰어넘어가면서까지 행사되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하는 것이다. 즉 “법대로” 하는 것은 현행 법이 허용한 권리를, 그리고 그 권리만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모든 영역은 노사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예를 들어 법대로 하는 것이란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보장하되, 피용자가 회사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며, 경영자의 판단에 의한 적법한 해고는 보호하되,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파업 그 자체를 무조건 문제삼는 것은 아니며, 또 해고 그 자체를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또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며, 노동자들이 저임금 산업에의 취업을 기피하는 것을 문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을 듣고 혹자는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도 있다. “아니 이러다가 기업들이 우리 나라 노동자를 외면하고 줄줄이 외국으로 떠나거나, 또는 노동자들이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업을 외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기업이 어느 곳에서 영업을 영위하고, 노동자가 어떤 산업에 종사하려고 하는가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이해타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감정적 호소나 애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상당수의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동남아 등지의 외국으로 이전한 상태이고,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차라리 일시적인 실업자로 남을지언정 근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의 취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은 이처럼 차가운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측면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산기지는 이전하면서도 기업의 핵심부서는 아직도 우리 나라에 남겨놓고 있으며, 근로자들 역시 더 좋은 근로조건이 보장된다고 해서 선진국으로 줄줄이 노동이민을 떠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주는 다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나라의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잘 훈련되어 있고, 또 기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가 동남아 등지보다 더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노동이민이 수반하는 엄청난 거래비용을 생각하면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노사분규가 당장 한국 사회를 끝장낼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측면이 크다.
결국 진정한 의미에서의 “엄정한 법집행”만이 현재 노동문제에 대한 정답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생기는 다른 문제는 우리 사회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살 맛 나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