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수도권집중 억제해야 하나
왜 LG-필립스 공장은 괜찮고 우리의 에이스 기업인 삼성전자 공장은 수도권에 지으면 안되나? 요즘 경제현안으로 떠오른 수도권집중억제 정책의 한 단면이다.
한 일년 붙잡고 달달 외어야 이해가 될 정도로 복잡다기한 각종 수도권규제 관련법규와 예외조항의 복합적 산물이다. 정비되어야할 것은 수도권 난개발만이 아닌 것 같다. 수도권규제체제 자체가 대폭 정비되어야 할 듯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수도권집중억제를 해야하나? 국토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참 아름다운 말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국토균형발전 그 자체가 국가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지.
경제성장에는 하나의 큰 제약이 따른다. 성장동력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도록 하여야 한다. 국토균형발전이란 목표는 여기에 추가적인 조건을 첨가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할아버지가 태어난 곳에서 이사 가지 않고’ 골고루 누리도록 하여야 한다. 조건이 많아질수록 그 만큼 성장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경제학 공부로 정서가 메마른 월남인의 자식으로서는 이 단서조항이 왜 국가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서울에 사는 사람 중 할아버지 적부터 서울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인구는 이동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하고 국가의 목적은 소득형평을 동반한 성장이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은 그 수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서울(근처)로 몰려드는 이유는 각종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열악한 환경, 교통, 주거조건 등의 각종 손실을 부담하여야 한다. 이제 서울의 혜택이 100이고 손실이 80이어서 종합적으로 서울이 20점 짜리 도시라고 하자.
그래도 서울로 계속 몰려드는 것은 지방도시는 이보다 못한, 예를 들면 10점 짜리 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어도 서울을 계속 20점 짜리 도시로 유지할 수 있다면 전 국민이 서울에 살도록 하여야 한다. 모든 국민이 20점 짜리 환경을 누리게 될 테니까.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서울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혜택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손실만 증가하는 국면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울은 10점 짜리 도시가 될 때까지 계속 팽창할 것이다. 그리고 전 국민이 10점 짜리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다.
수도권집중 억제는 서울을 20점 짜리 도시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그리 좋은 정책이 아니다. 이미 서울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국은 여전히 10점 짜리 국토일 뿐이다. 내국인의 투자도 외국인의 투자도 유치하기 힘들 것이다.
가능하다면 최선의 방책은 그 곳이 어디가 되건 20점 짜리 도시를 하나 집중 개발하고 이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게 하는 것이다. 서울 주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20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존재하는 엄청난 도시간 비대칭성으로 보아 커다란 지방도시와 새 행정수도와 모든 경제자유구역을 한 장소에 모아 놓아도 성취하기 어려운 난제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감정을 고려하여 경제자유구역을 부산, 광양, 인천에 몇 개 도시를 추가하여 여러 곳에 분산 개발하고, 행정수도는 또 다른 장소에 건설할 것을 계획 중이다. 마치 브라질과 대항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국가대표팀을 만들어 놓은 형국이다.
안정환은 경상대표팀, 송종국은 전라대표팀, 이영표는 충청대표팀. 이렇게 해서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들이 수도권억제에도, 국토균형발전에도, 동북아경제중심의 건설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재정부실만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