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성장률 저하의 시사점
금년들어 가시화된 성장률의 저하는 첫째, 우리경제의 경쟁력퇴조로 성장동인에 이상징후가 본격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더 이상 세계화의 파고는 자체적 추진력 없는 경제의 안정기조 유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세계경기가 회복된다면 우리도 좋아질 것이나 과거 패러다임에만 의존해서는 선진경제권 진입에 필요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없다. 중국의 대두와 더불어 심화된 일본과 독일의 디플레이션은 특히 임금이 신축적으로 조정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고용사정 악화로 나타날 뿐이다.
둘째, 성장활력의 저하는 정책노력만으로 한계에 봉착했음을 시사한다. 세계적 저금리추세하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부실화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용공급의 위축은 곧바로 소비와 투자부진을 촉발하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소비자신용시장덕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여왔으나 이제 더 이상 소득증가없는 신용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현 상황을 잘 유지해나가는 것만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자칫 신용불량자문제가 시장전반에 확산될 경우 부동산시장과 직결된 금융부문의 부실화로 실물경제는 더 큰 충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후의 정책노력은 버블에 의존한 성장패턴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그 앞날은 극심한 경기부침과 구조적 불균형의 확대이다.
셋째, 현 개혁방향은 지금까지의 성장위주전략의 괘도수정을 의미하지만 앞으로 시장발전에 대한 고려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형평성에 대한 고려없는 성장일변도 전략도 문제이지만 정부가 직접 개혁노력을 주도하는 형식으로는 지배구조의 왜곡으로 정작 필요한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억압되었던 부문의 시정은 고용창출과 성장탄력의 기반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노사문제가 시장의 틀안에서 당사자들끼리 합의되도록 법적? 제도적 준비에 주력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상황에 대한 불안요인 해소를 위해 시장에서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책도 조속히 강구되어야 한다.
하반기에 미국경제가 좋아진다면 우리경제도 동반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구도하에서 소개방경제로서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노력은 다방면에서 배가되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이나 형평성에 대한 고려에 대한 요구는 체제적 개선에 대한 준비유무에 따라 엄청난 사회적 혼란 또는 점진적 체제적 개선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차별화될 수 있다. 앞으로 각 부문의 요구가 점점 거세질 때 조정자로서의 정부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경제가 유기적인 조직체로서의 조정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시장의 신호에 가급적 조기에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할 방향은 시장에서 확실히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향후 한국경제의 수십년을 좌우할 선택의 기로에 와 있다. 올바른 방향의 구조개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대신 조급한 회복에 치중할 경우 후유증으로 장기침체와 경쟁자원의 이탈을 경험하기 쉽다. 즉, 인구노령화나 북한문제, 그리고 우리의 안정을 위협하는 각종 요인들이 산재해있는 가운데 각 분야에서 자기 목소리만 높일 경우 우리는 체제적 마비현상을 피할 수 없다.
사회전반적인 시스템의 개선작업은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정책노력에 의존하기 쉬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일 수록 우리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간과되었던 교육, 노동, 법적 제도적 체제정비 등은 효율적 시장작동의 중요한 인프라이므로 사실 안정성장을 위해 환율안정 이상으로 중요하다. 물론 선진경제는 이미 우리가 겪고있는 사회적 갈등이나 경쟁력 저하에 대해 정공법으로 구조조정노력을 꾸준히 한 결과로 성취되었다. 냉엄한 자국이익추구 앞에서 소국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경제외교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이러한 외부지향적 체제개선을 통해 경쟁력있는 요소들이 유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결국 최근 성장률 저하는 단순한 경기문제가 아니라 경제체제상의 경쟁력 문제이므로 향후 기본적인 경기지지노력이 강조되는 가운데서도 원활한 시장작동에 필요한 기관 및 체제구축을 위한 노력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미래의 성장에서 빌려온 성장탄력은 결국 미래성장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오히려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시장마찰요인, 즉, 북한, 노사문제, 지역간 불균형, 정치적 지대추구, 단기업적평가에 대한 집착이야 말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가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