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정부 '경제심리전' 펴라
어떤 사람이 절벽에서 발은 헛딛고 추락하다가 그만 나무뿌리를 하나 잡아서 겨우 추락을 모면한 채 버티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온힘을 다해 외치는 그에게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나무뿌리를 놓아라” 그러자 이 사람은 나무뿌리를 놓지 않고 더욱 더 크게 살려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다시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괜찮으니 나무뿌리를 놓아라.” 그러자 그 사람이 나무뿌리를 더욱 꼭 잡은 채 외쳤다. “거기 하나님 말고 딴 사람 누구 없소?”
퀴즈 하나 내보자. 1억을 2억 만들 때까지 연 x%로 y년이 걸린다. 당연히 x가 크면 y가 작고 x가 작으면 y가 크다. x와 y사이에 어떤 관계식이 있을까? 답은 x와 y의 곱이 72가 된다는 것이다. 이 공식을 일인당 국민소득에 적용해보자. 지금 일인당 GDP가 1만달러 정도다. 국민소득 2만달러이면 지금의 두배이다. 두배가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적으로 성장률에 달려있다. 인구증가율 등의 변수를 무시하고 위의 관계식을 가지고 근사적으로 계산해보자. 성장률이 연 12%이면 6년만에 2만달러가 달성 가능하다. 그러나 연 4%로 성장 시에는 18년이 걸린다. 3% 성장률이면 24년이 걸린다.
우리경제는 IMF위기 이후 성장잠재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한 채 잠재성장자체가 하락한 상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계속적인 경제성장을 누리려면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를 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씨앗을 계속 뿌려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상 유례가 없는 초고속으로 노령화되는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문제,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재정악화문제, 점점 더 악화되어 양극화 되고 있는 소득분배와 이로 인한 갈등. 이루 다하기 힘든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경제주체들의 불안한 심리를 다스리는 심리전에 실패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현대자동차의 임단협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드리우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그림자로 인해 제품가격의 하락이 일어나는 분위기 속에 노사는 오히려 임금을 상승하기로 합의했다. 물가하락률에 맞추어 임금을 하락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이처럼 디플레하에서 임금이 상승되면 그 임금상승의 실질증가율은 더욱 커지게 되고 이러한 상승분은 하청업체 쥐어짜기와 제품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쟁력은 더욱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면서 임금상승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몰아가야할 상황에서 노조의 경영참여 모델 운운하고 있는 정부관계자를 보면 정말 한심해 진다. 중국의 엄청난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왜 기업경쟁력을 계속 떨어뜨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하에서 정부가 부르짖는 GDP 2만불의 구호는 정말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경제정책은 상당부분 심리전이다. “앞으로 좋아질 것 같다”는 예상이 형성되면 너도나도 투자를 하고 소비를 늘리게 되고 경제는 진짜로 좋아진다. 반대로 “앞으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예상이 형성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그 결과 경제는 정말로 나빠진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심리전이다. 노조편향이라는 시각을 불식시키는 조치, 한미동맹을 훼손시키는 한총련에 대한 단호한 입장표명 등 경제 내적 외적인 각종 조치를 통해 얼어붙은 심리를 녹이는 데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안심이 되면 기업들은 투자를 할 것이고, 가계는 지갑을 열어 소비를 할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돈을 들고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다. 들려오는 소리를 사실로 믿고 안심하면서 꼭 쥔 손을 놓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좀 못 만드나? 거기 누구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