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돌아온 외국인

[시평]돌아온 외국인

송의영 서강대 교수
2003.08.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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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돌아온 외국인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인 집단은 단연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안전빵 차익거래 밖에 없는 국내기관은 영 밉상이지만 소신투자로 주가를 홀로 끌어올려 작년에 본 손해 ‘반까이’하게 해 준 외국인들은 껴안아 주고 싶다.

주식에 투자한 직장인뿐만이 아니다. 이번 정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도 외국인들이 기특한 눈치다. 정권이 조장하고 있는 정책 불확실성과 좌익성향이 외국인들을 내쫓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반복된 보도와는 달리 외국인들은 두 팔 벌리고 우리 주식시장에 뛰어 들고 있지 않은가? 노조도 마찬가지다. 파업 조금 한다고 외국인 도망가는 건 아니라는 걸 주장하고 싶으면 즉시 주가를 들먹인다. 심지어 강남부동산 대책에 골몰하고 있는 관료도 외국인에 기대고 싶은 듯하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이 쪽이 뜨면 그 쪽이 좀 잠잠해지는 걸 기대해 보는 것이 최후의 대책인 듯하다.

수천달러짜리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MBA의 푸른 눈은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장사꾼이 근본적으로 직면해야 할 문제를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버는 것이고 미래의 가격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들도 초봄 저수지를 바라보며 스케이트를 들고 서있는 아이들과 똑같이 행동할 때가 많다. 얼음이 깨질까 겁이 나서 아무도 못 들어가다가도 용감한 아이가 하나 나서서 신나게 달리면 하나 둘씩 들어간다. 그리고 충분한 숫자의 아이들이 들어가도 괜찮으면 그 저수지가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너도나도 몰려든다. 그러다간 첫 번째 금이 가는 소리에 모두 도망쳐 버린다.

그 첫 번째 금이 가는 소리가 언제 들릴지 몰라 필자에게는 최근의 랠리도 영 불안해 보인다.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들 사이에도 국제간 단기 자본이동이 후진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집단심리에 좌지우지되는 투자자의 행동 때문에 후진국이 과도한 부채를 지게 되고, 환율이 불안해져서 실물 거래가 저해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먼델의 고정환율제에 대한 깊은 신뢰 뒤에는 환투기 자본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깔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외국인 직접투자에는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직접투자는 필요한 자본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줌과 동시에 기술이전과 제도개선을 가져온다. 장기이득을 노리는 직접투자는 단기 포트폴리오 투자처럼 기회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많은 연구가 반복 확인해 주고 있다.

또 우리 경제는 직접투자를 여러 모로 필요로 하고 있다. 달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과잉투자의 대명사였던 대기업이 국내투자는 줄이고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외국기업이 우리 은행에서 우리 돈을 꿔서 공장을 지어줘도 감사할 노릇이다. 또한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서비스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힘만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구나 외국 기업이 서울에 많이 몰려 있으면 안보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은 정 반대다. 외환위기의 쓰라린 경험에도 불구하고 단기 자금시장에 외국돈이 몰려들면 기뻐하면서 직접투자에 대한 반감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외국인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면 항상 헐 값 매각이니 국부유출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외국인이 인수하면 고용승계가 안될까 봐 노조가 격렬하게 반대한다. 천천히 변화하는 경제여건은 단기자본보다는 직접투자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직접투자는 계속 줄고 있다. 우리는 정작 두려워해야 될 것은 반기고 반길 것은 두려워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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