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정보 감추면 고객 잃습니다
제가 대학생이었던 시절, 막 1등으로 부상한 곳은 조흥은행이었습니다. 금융에는 문외한이었고 은행거래라고 해봐야 학교 우체국 정도를 이용했던 제가 1등 은행이 어디인지를 알고 졸업후에 조흥은행과 거래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을 통해서였습니다.
이후 언론 노출빈도나 보도내용 등에 따라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이 저의 잠재적인 거래은행군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인생사만큼이나 은행사도 부침이 있어 어떤 은행은 없어졌고 어떤 은행은 리딩뱅크로 올라서고 어떤 은행은 순위가 처지더군요.
기자가 되고 은행을 출입하면서 저는 없어지거나 순위가 달라진 은행 말고도 “있긴 있으되 잊혀진 은행”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자료를 부탁해도 받아볼 확률이 낮기 때문에 기자들이 거의 자료를 요청하지 않는 외국계 시중은행인 J은행 같은 곳 말입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언론홍보 관행상 경영상의 정보를 쉽게 노출시키려 들지 않는 점은 이해할 만한 대목입니다. 사실 국내 은행들이라고 별반 다르지도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유독 외국계 J은행이 배제되고 있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주목받는 1등 은행도 아닌 곳이 기자들에게 취재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주지 않은 채 그들이 알리고 싶은 상품정보만 제공하려 든다면 굳이 기사를 쓸 이유가 없지요. 그래서 기자들에게 ‘잊혀진 은행’이 되고 점차 잠재 고객군인 독자들에게도 잊혀져 가겠지요.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하던 날 론스타는 조인식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진기자들을 내쫓기까지했지요. 이강원행장이 기자 간담를 할 때도 론스타쪽 인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외환은행에 투자한 이유, 앞으로의 경영방향 등을 캐물으려던 기자들은 허탈을 넘어 짜증이 났지요.
들리는 얘기로는 론스타는 협상기간 중에 언론과 접촉한 직원을 해고할 정도로 접촉을 삼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협상기간 중이라면 몰라도 협상이 끝난 마당이라면 외환은행의 고객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객들로부터 잊혀진다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도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