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정책방향 보험사에 물어봐?

[현장클릭]정책방향 보험사에 물어봐?

최명용 기자
2003.09.03 12:30

[현장클릭]정책방향 보험사에 물어봐?

'조치’란 말이 있습니다. 긴급조치를 취하다. 조치를 강구하다는 식으로 쓰이는데요, 인위적인 조작을 하는 거지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어느 한 세계에서는 ‘조치’가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흔히 말하는 ‘떡값’으로 이해하면 될텐데요 로비스트가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후원금 내지 로비를 하는 것을 ‘조치한다’라고 표현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도 정해진 룰이 있어서 관련 법을 담당하는 의원들에게는 일정 금액의 ‘조치’가 취해집니다. 영수증을 끊고 비용으로 처리하는 합법적인 ‘조치’와 소위 말하는 비자금으로 분류되는 탈법적인 조치로 나뉘는데, 물론 그 금액은 탈법쪽으로 갈수록 많아집니다.

 

이런 조치가 가장 강력한 업종은 아마 보험권일 겁니다.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닐테니 정확한 자료를 찾기는 힘들겠지만 정책방향이 바뀌는 것을 가만히 보면 수긍이 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방카슈랑스의 변질과정을 살펴보면 보험사들의 ‘조치’가 얼마나 막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방카슈랑스는 보험 감독규정상 '은행은 보험대리점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는 규정은 2003년 8월부터 실효된다'는 일몰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걸 토대로 은행이 보험대리점 자격을 따고 보험상품을 팔면 방카슈랑스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은행과 보험사는 독점적 제휴를 맺지 못하고 한 보험사 상품을 50%만 팔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겼고, 은행에서 취급할 수 있는보험상품의 종류도 단계적 허용으로 바뀌어 사실상 도입 시기를 2007년으로 늦췄습니다.

 

또 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은행원 수도 ‘본점 4명, 지점 1명 이상’에서 ‘2명 이하’로 뒤바뀌었고, 전화권유나 방문도 불가능해졌습니다. 마지막에는 보험가입자 정보의 소유권마저 보험사가 독점하는 걸로 모양새가 갖춰져 보험사들이 원하는 것들이 모두 수용됐습니다.

 

최근에는 재경부가 세법을 개정하면서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린다고 했는데, 원래는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고 합니다. 비과세 혜택의 ‘폐지’가 ‘연장’으로 바뀌었는데도 보험사들은 세법 개정안을확정짓는 과정에서 7년으로 원상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강력한 `조치'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힘을 소비자 권익 향상이란 방향으로 전환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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