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개혁의 목표와 잣대
수없이 강조되는 구조조정과 개혁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의 시계는 여전한 불확실성에 가려져 있다. 이는 주변환경이 워낙 빠르고 심각하게 변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노력방향이 중장기적 불확실성 제거에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급속하게 노령화가 진행되는 우리사회에서 미래의 소비흐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제도, 산업공동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통일이후 대비전략의 미비나 부재는 요소시장의 낙후성과 더불어 장기투자의 걸림돌이다.
개혁의 방향이 설득력있게 제시되었다 하더라도 일관된 흐름하에서 치밀하게 움직여지는 모습보다는 단편적인 단기성과위주의 노력이 일순간 강조되다 잊혀지다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는 느낌이다. 어떻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제거하는 노력을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나가면서 중장기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는 현 상황의 원인을 거시적 구도하에서의 체제적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재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세계화의 가장 큰 특징은 국경을 넘어선 선택의 기회다. 따지고 보면 현 노사분규나 여러 형태의 사회적 갈등은 중국의 대두, 그리고 환율불안의 구도하에서 우리경제의 요소시장이 그동안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제대로 신축성을 검증받지 못한데 기인한다.
우리가 스스로의 선택을 외면한 상황은 이제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속에서 더 큰 차원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즉, 체제상의 선택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 보호가능했던 일자리마저 소실되고 있다. 결국 체제적 한계는 창조적 파괴가 허용되지 않는 각 요소시장 및 지배구조상의 문제에 기인한다.
물론 낡고 비효율적인 요소가 시장원리에 의해 신속 퇴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인적요소가 연관된 상황에서 특히 사회안전망이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조적 파괴의 여지도 대내외 충격을 수용할 수 있는 여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렇게 체제적 요인과 반응이 혼재된 상황에서 각 부문의 부조화현상은 심화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많은 경우 체제적 개선이 불가능한 상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개혁의 방향이 아무리 뚜렷해도 당장의 고통이나 미래의 결실에 대한 경제주체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지속적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몇 가지 사항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의 실상을 고려할 때 개혁의 목표는 지나치게 과도하게 설정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개혁의 성과를 측정하는데 가시적 성과만을 잣대로 삼을 경우 우리는 자칫 자기모순에 빠지기 쉽다.
둘째, 특정부문의 문제를 직접 해소하려는 가시적 전략보다는 시장의 원칙이 중시되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형성되고 강조되어야 한다. 이와 연관되어 문제해결의 주체가 시장으로 부각될 수 있는 능력자체가 구조조정의 비용을 시장불안없이 수용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구비정도로 결정됨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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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개혁의 핵심으로 부각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보호막에 가려져 있던 부문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쉽게 개혁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보호라는 명제아래 변화를 지연시키기 보다는 변화에서 도태된 부문이 재활용될 수 있는 체제를 가동함으로써 창조적 파괴를 진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방치될 경우 결코 체제적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경제의 효율적 작동을 통해 안정성장의 지속을 바란다면 개혁의 성과에 대한 올바른 잣대를 합당하게 적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계화에서 살아남으려면 세계자본을 수용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우리의 주변환경이 다변화된 성장기반하에서의 성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틀에 집착하여 안정을 위한 단기처방만을 주문한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개혁의 목표는 정책시야가 짧을수록 가시적 성과가 강조될수록 단편적이고 가시적으로 설정될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민들이 얽매여 있는 과거의 잣대로는 지배구조의 개선과 같은 체제적 변화를 통한 창조적 파괴에 우호적인 환경조성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필요한 개혁노력이 체제적 차원에서 결실을 맺으려면 다시 한번 개혁의 대상과 개혁성과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점검하려는 공감대가 확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