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과거'에 발목잡힌 저축은행
제가 약 2년여만에 다시 저축은행업계를 출입하게 되면서 참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던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축은행들이 2년 전에 정부측에 요구하던 내용을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는 건데요. 지점 설치를 좀더 자유롭게 해야한다는 것이나 예금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점 문제의 경우 경쟁상대인 대금업체나 다른 금융기관들은 자유롭게 설치하는 데 반해 유독 저축은행만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는데요. 요건이 다소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얘기합니다. 감독당국은 지점을 무분별하게 설치할 경우 저축은행이부실화될 위험이 있고 예금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예금보험료 역시 은행이나 증권사가 각각 0.1%와 0.2%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해 저축은행은 0.3%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계속개진해 오고 있는데요.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다른 금융기관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것인 반면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90% 가까이가 예금자 보호를 위해 사용된 것인 만큼 동일시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이 부도위험이 높기 때문에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기자는 저축은행들이 해묵은 주장을 계속 되풀이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 이유를 묻곤 했는데 최근에서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부정을 저질렀던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퇴출됐고 경영진들도 은행과 맞먹는 수준으로까지 자질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저축은행 사장이 이런 푸념을 늘어 놓더군요. 저축은행들은 한마디로 '원죄'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것이지요. 과거 저축은행들의 잘못을 현재 남아있는 저축은행들이 잘 알기 때문에 정당한 주장도 떳떳하게 내세우지 못한다는 거죠. 감독당국 역시 같은 이유로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누가 나서서 저축은행업계의 문제점을 얘기할 수 없다는 건데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저축은행들이 투명한 경영을 통해 신뢰를 쌓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이 지금 새롭게 도약하려는 저축은행들을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감독당국도 곰곰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