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거짓말 할수밖에 없었어요"

[현장클릭]"거짓말 할수밖에 없었어요"

최명용 기자
2003.09.17 15:52

[현장클릭]"거짓말 할수밖에 없었어요"

“거짓말할 수 밖에 없는 심정도 알아주세요.”

 

삼성·교보생명의 상장처리가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자문위원회가 상장에 관한 의견을 금감위에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6일에도 상장자문위원들이 모여 자문안 마무리 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전 나동민 위원장은 “오늘 내일중에 회의를 한다거나 오늘중 최종 자문안을 제출한다는 설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이 참석한 회의가 없다고 강력 부인을 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금감위 쪽에서 이날 자문위 개최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곤혹스런 입장이 되고 만 나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금감위 쪽 인사들과 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었다”며 “금감위가 (합의를 깨고) 회의 개최사실을 왜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회의 개최 여부는 사실 중요한게 아닙니다. 생보사들나 언론, 삼성·교보에 보험을 가입한 1500여만명의 계약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자문안의 내용입니다. 일부 계약자에게 상장차익을 나눠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건지, 전액 주주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지가 무엇보다 궁금합니다.

 

물론 언제 어디서 회의를 한다고 미리 알면 좋겠지만 이러면 기자들이 떼로 달려들어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금감위 관계자도 그런 생각에서 합의를 깨고 회의 얘기를 했을 겁니다. 회의는 이미 끝났고,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자문안 내용을 공개할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자문위 나동민 위원장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감위원장이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8월말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고, 시민단체는 연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으름장을 놓으니 말입니다. 회의를 열었다는 말조차 쉽게 얘기하기 어려울테지요.

 

나위원장은 자문안을 거의 다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틀은 마련했고, 자구 수정 등 기술적인 문제를 보완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조만간 자문안을 금감위에 넘길 것이라고도 하고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길 바랍니다.

 

금감위도 정부의견을 제대로 발표하길 기대합니다. 시민단체와 재벌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자문위 의견만 발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보사 상장이 다시 연기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건 국력 낭비일뿐더러 직무유기이고 비겁하기까지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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