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이건희 회장의 '김밥조문'

[현장클릭]이건희 회장의 '김밥조문'

김성희 기자
2003.09.22 12:21

[현장클릭]이건희 회장의 '김밥조문'

지난 19일 타계한 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영안실. 20일 오후 6시께 보자기에 싼 커다란 꾸러미 하나가 유족들 앞으로 배달됐습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보내온 따끈한 김밥이었습니다.

신라호텔에서 만든 이 김밥은 유족들을 비롯 빈소내 있던 조문객들도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이었는데요. 보통 상가집에는조화를 보내는 게 관례지만 이 회장은 뜻밖에 정성껏 만든 김밥으로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건희 회장은 22일 직접 조문을 하겠다는 뜻을 교보측에 전달해 오기도 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김밥으로 신 창립자의 유족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은 왜 일까요. 선친인 이병철 회장과 신 창립자와의 각별한 친분 때문입니다. 신용호 창립자와 이병철 회장은 골프 모임인 수요회의 멤버로 30여년간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수요회 모임 뿐 아니라 이 회장과 신 창립자는 취미와 정보교류 차원에서 사석에서도 자주 만났습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신 창립자의 '살아움직이는 아이디어'를 높이 샀고 신 창립자를 만난 다음날에는 비상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신 창립자의 발상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 전 회장은 신 창립자가 교보문고를 설립하자 당시 신문에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요지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건희 회장도 선친과 가깝게 지냈던 신용호 창립자에 남다른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입니다. 신 창립자가 타계하기 직전까지 옆에서 모셨던 교보 비서실 관계자는 "93년 신 창립자가 잠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이건희 회장이 점퍼를 보내온 적이 있다"며 "이번에 김밥을 손수 챙겨보낸 것도 남다른 애정표시가 아니겠느냐"고 말하더군요.

이건희 회장의 김밥을 받아든 신창재 회장 등 유족들은 매우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선친들간의 옛 교분을 잊지 않고 유족들을 위로해 주려 노력한 이건희 회장의 마음 씀씀이가 큰 위로가 됐겠지요.

보험 시장에서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라이벌이지만 그룹 오너들간에는 남다른 애정이 흐른다는 사실이 가슴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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