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하나-신한, 어디가 먼저죠?"
투신권을 출입할 때의 일입니다. 기사 제목에 '한투-대투'라고 쓰면 대투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대투-한투'라고 쓰면 한투에서 서운해하더군요.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두 회사간 자존심 대결이 치열했습니다. 그래서 수탁고를 기준으로 먼저 쓰고 뒤에 쓰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일은 카드업계나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LG카드와 삼성카드 간의 업계 1위 다툼, 교보생명과 대한생명의 2위 싸움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그때 자산규모로 1,2위를 따져 제목을 달고 기사를 붙이곤 하지요.
가끔은 홍보실의 회사를 위한 '충정'에 대해 기자들이 잘 쓰는 말로 '골을 지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투를 앞에 써서 대투,한투를 동반 추락(?)시키기도 하고 또 교보-삼성, 대한-삼성이라고 써서 업계 1위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처럼 언제나 회사 이름을 먼저 써달라고 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쁜 기사가 나가면 서로 회사이름을 뒤에 쓰거나 빼달라고도 합니다.
이를테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가 은행장들을 소환했다고 쓰면서 기자가 별 의미없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제쳐두고 '신한은행장 등을 소환키로 했다'고 표현했을 때가 그런 경우죠. 기자들과 홍보팀의 '선수'들이 치르는 '그들만의 리그' 이야깁니다.
다른 업계와 달리 은행권은 '조-상-제-한-서'의 설립순으로 이름을 쓰던 게 워낙 굳어져 있었는데 IMF 외환위기 이후 이들 은행이 합쳐지거나 사라지면서 기자들은 자산규모에 따라 순서를 매겨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즉 국민 우리 하나 신한 등의 순서로 은행이름을 나열하는 거지요.
그런데 최근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을 기정 사실화한 채 '신한-하나'의 순서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하나은행이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곤 합니다. 자산규모대로 하면 아직까지 하나가 앞에 나가는 게 맞다는 거죠.
재밌는 사실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배열순서를 가지고 하나은행의 이름을 앞에 써야 한다고 '애교 있는' 항의전화를 하는 홍보실장과 홍보실 직원이 서울은행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의 '하나은행 자존심 지키기'에서 합병 하나은행의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다면 비약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