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잊혀진 창립기념일'

[현장클릭] '잊혀진 창립기념일'

박정룡 기자
2003.09.26 12:22

[현장클릭] '잊혀진 창립기념일'

"며칠 후면 회사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실감나네요. 창립기념일 행사도 없이 그냥 지나가니 말입니다”

 

지난 25일은 국민카드 창립 16주년이 되는 날 이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카드는 창립일을 맞아 회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성대한 기념행사를 가졌지만 올해는 기념당일 행사는 고사하고 일부 직원들의 경우 창립기념일인지 조차 모르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사실 요즘 국민카드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바뀔 상황과 없어지는 회사에 대한 만감이 교차하고 있어 창립기념일은 아무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몇몇 직원의 책상 달력에 빨간 글씨로 D-5라고 적혀 있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 합병되기까지 남은 날을 표시해 놓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수험생도 아니고 달력에 합병일을 이렇게 까지 표시해놓은 것은 착찹한 심정 때문이겠지요.

 

이를 반영하듯 요즘 국민카드 주변 술집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은행으로 합병되면 조직에 변동이 생기고 그동안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뿔뿔히 흩어질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에서 부서별로 해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일부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를 많이 갖더군요.

 

국민카드는 지난 1987년 9월25일 국민은행 자회사로 독립, 국내 제1호 전문 카드사로 출범했습니다. 이후 후불교통카드 개발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국내 카드산업 발전을 선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쌓아온 업력만큼이나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들의 마음이 깊기에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은 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17년전 국민은행으로부터의 분사는 10월 1일 국민은행과의 다시 만남을 전제로 한 것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금융 격변의 현실 속에서 온 몸을 부대끼며 살다가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선 국민카드 직원들에게 그동안 국민카드와 현장에서 같이해 온 기자도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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