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바짝 엎드리는 게 상책이죠"
지난주 증권선물위원회는 국민은행이 명의개서 대행기관으로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보유중이던 SK증권 주식을 매각, 손실을 회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은행과 담당 부행장 및 부서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은행이 이 같은 불공정행위로 고발된 것은 처음인데다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적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국민은행을 출입하고 있는 기자도 솔직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자산 220조원을 굴리는 국민은행이 설마 28억원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부도덕한 행위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전후사정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국민은행이 이번 금융감독원 및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일체의 반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무척 억울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취재엔 전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짜피 감독당국의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해명이든 반박이든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검찰조사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아무것도 밝힐 수가 없다, 제발 아무것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너무 억울하지만 전혀 대응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이 국민은행에 대해 SK증권에 이어 한미캐피탈 지분을 매각한 과정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키로 한 상황이니 이같은 국민은행의 무반응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감독기관인 금감원을 상대로 함부로 소리를 냈다가는 소위 ‘괘씸죄’에 걸릴 수도 있으니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일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번 김정태행장의 스톡옵션 관련 문책때 금감원에 언론을 통해 어필을 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지요.
결국 이번 국민은행의 불공정 행위 여부는 국민은행이 SK증권의 명의개서 대행기관으로 감자공시 직전에 대량 매도한 상황을 놓고 이 부분이 내부자거래였는지 아니었는지를 누가 더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느냐가 열쇄인 것 같습니다. 검찰조사를 해 보면 이번 사건이 국민은행의 주장처럼 ‘오비이락’인지 아니면 정말 비난받아야할 ‘위법행위’인지가 밝혀지겠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금융기관들이 감독기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