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이유없는 반등, 인위적인 상승

[내일의전략]이유없는 반등, 인위적인 상승

유일한 기자
2003.11.26 18:34

[내일의전략]이유없는 반등, 인위적인 상승

주식시장이 이틀째 반등, 종합주가지수780선을 넘었다. 26일 종가와 시가의 차이는 12.89포인트로 10월28일 14.56포인트 이후 한달만에 가장 컸다. 그만큼 긴 양봉을 그렸다.

큰 폭의 주가상승을 설명할 만한 이유는 많지 않았다. 단기급락했다는 가격메리트와 함께 증시 불확실성의 정도가 다소 약해졌다는 정도.

악재는 이어졌다. 특검법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내년 예산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정치적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미증시는 급등 하룻만에 차익매물로 고전했다. 반도체주는 하락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에 연연하지 않았다. 외국계인 CSFB증권의 조셉 라우 전략가만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구조적 위기를 야기한다, 추가적인 정치 불안정은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논평했다.

장막판LG카드가 하한가로 떨어지고,외환카드가 11.3% 급락한 것에는 아예 눈을 감아버린듯 했다. 대신 삼성전기가 3.58% 오르고 금호석유가 상한가에 오르는 등 대선 비자금 수사의 여파가 다소 진정되는 데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LG투자증권이 1.6% 하락하고 ㈜LG가 1.6% 오르는 등 LG그룹주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호재가 없는 상승이 더 강하다는 게 증시의 오래된 경험칙이다. 대신증권 장철원 서여의도지점장은 "주가가 미증시가 이날 아침 조정받는 등 뚜렷한 호재(이유)없이 큰 폭 올랐다는 점에서 추가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객장의 고객들이 이유없는 조정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주식을 팔려하는 반면 이유없는 상승에 대해서는 뉴스가 나타날 때까지 매수쪽에 비중을 두는 대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장 지점장은 "검찰의 비자금수사, 테러위협 등 펀더멘털을 좌우하지 않는 변수로 인한 주가하락은 저점매수의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며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상당부분 반영됐고 향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 지점장은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코덱스200 등 개별 종목의 위험이 없는 주식을 사서 장기보유하는 전략을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주가가 보합권에서 출발, 시간이 지나며 크게 오른 데는 인위적인 힘이 적지않게 반영됐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특히 현물시장에서 682억원 순매수에 그치는 등 관망세를 보인 외국인투자자가 선물 플레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웩더독(Wag-the-Dog)' 현상이 지목됐다. 이날 외국인은 5901계약 선물순매수를 기록했고 선물지수의 상대적인 강세에 힘입어 프로그램매매가 1512억원 순매수(차익거래 1763억원 순매수)로 급증했다. 결국 주식매수가 여의치 않은 외국인이 선물매수를 통해 주가하락을 방어했다는 논리다.

외국인은 지난 18일 매도가 매수보다 많기 시작하더니 이후 7거래일에서 2018억원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세종증권은 이에 대해 미국 연방금리 인상 가능성과 최근 2개월동안 총통화(M2)감소에 따른 국제유동성 공급의 제약, 그리고 정치적 리스크 부각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뮤추얼펀드 내 아시아관련 펀드들의 자금 유출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27일 추수감사절을 앞둔 일시적인 관망세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세종의 서형석 연구원은 "아시아가 내년 세계경제회복의 최대 수혜지라는 점에서 외국인이 한국을 비롯한 '셀 아시아(Sell Asia)'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점쳤다.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시황관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단기반등에도 불구하고 연말 주식시장은 올 1년동안의 랠리(쉼없는 주가상승)를 접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호황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다소 둔화될(cooling down) 가능성이 높고 미국 기업이익의 회복세도 내년 1분기말이면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이에 따라 1060수준인 S&P500 지수는 1100에서 저항받을 것으로 보았다.

세계적인 증시 유동성 확장도 M2가 지난 8월 고점을 찍어 11월부터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아시아 지역에 유입된 선발 자금은 대만 증시를 비롯해 활발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후발 매수자금은 이를 커버할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이 팀장은 "미증시가 내년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머징마켓이 상반기 조정세를 접고 하반기 상승세에 복귀할 것"으로 보았다.

신영증권 박성근 부장(리서치헤드)은 "미증시의 실물경제지표가 너무 긍정적"이라며 "내년 들어서면 우리경제도 회복 신호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보았다. 주가도 상승흐름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2%로 예상치 7.6%를 웃돌았으며 11월 소비자신뢰지수도 91.7로 기대치 85.0보다 높았다.

이렇게보면 이날 주가상승은 투자자들이 국내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개발도상국 수준의 성장을 보인 미경제에서 찾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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