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그래도 조심스러운 이유

[오늘의 포인트]그래도 조심스러운 이유

권성희 기자
2003.11.28 12:11

[오늘의 포인트]그래도 조심스러운 이유

미국의 추수감사절 휴장과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 축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시장을 끌어 올리고 있다. 10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동월비 7.4% 늘어나며 전달보다(+6.7%)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점도 투심을 북돋우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매수 입장으로 돌아서 프로그램 매수를 유도하고 있는 것도 지수 상승 견인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1월의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증시는 전날의 약보합에도 불구하고 780을 지지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20일선과 790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오후 12시3분 현재 13.71포인트(+1.75%) 오른 795.39를 나타내고 있다. 810에서 750까지 떨어진 뒤 4거래일만에 790 이상으로 반등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예상 이상으로 빠르고 가파른 탄력이라고 놀라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강한 내성에도 불구하고, 또 예상 이상의 상승 탄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낙관 일색이 아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향후 주가 변동 범위를 과도하게 넓게 잡아 '떨어질 수도 있고 오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다소 긍정적'이라는 중립적이면서도 애매모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향후 1~3개월간 주가 전망 범위는 700에서 850.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망은 낙관과 비관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1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650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그리고 이들 낙관과 비관을 가르는 근거는 1) 내수 경기 회복과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 여부라는 국내 변수와 2) 미국과 중국의 경기 동향이라는 해외 변수다.

한국 증시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포트폴리오내 비중을 축소 혹은 중립으로 가져가라고 권고하는 증권사는 CSFB증권과 JP모간이 대표적이다. CSFB증권은 이머징마켓과 아시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이유는 이미 미국의 경기 성장 사이클이 고점을 쳤을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 경기의 성장세도 내년에는 올해처럼 지속되기 어려워 결국 아시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CSFB증권은 전반적으로 경기 만감 업종과 정보기술(IT) 업종, 그리고 한국과 태국 등 베타가 높은 업종과 국가에 대한 비중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에서는 '중립', 아시아 포트폴리오에서는 '비중축소' 입장으로 변한 것.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에 이미 경기 회복 기대감은 다 반영됐다는 것이다.

JP모간도 비슷한 입장이다. JP모간은 10월말 아시아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에 대한 의견을 '비중축소'로 하향했는데 내수 부진과 해외 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출 증가 둔화 가능성, 증시의 지나친 외국인 의존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승훈 JP모간 상무는 "가계 부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수 회복과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늦어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중단될 경우 지수가 650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은 이제 막 시작이며 외국인 매수 관점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상무는 "시작되지도 않은 내수 회복을 기대하고 주가가 지금까지 오른 것이며 지금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끝물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 기조는 유지되고 있으나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도 "외국인들이 최근 지수 관련 대형주와 IT주를 사지 않고 주변주를 선별적으로 사고 있다는 것은 향후 증시 상승세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아직 외국인 자금 유출은 아니지만 차익 실현 및 선택적 매수 가운데 관망세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CLSA증권과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증권 등은 내년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이 낙관론의 근거는 내수가 회복되기 시작함에 따라 증시가 동반 상승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 체감 경기 개선에 따라 시중 자금이 늘고 국내 투자자들도 증시로 복귀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 사이클도 지속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긍정 관점을 버리지는 않되 최근의 글로벌 증시와 관련해서 기억해야할 것은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고 있음에도 뉴욕 증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것, 경제지표는 지나간 과거이며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이미 올라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미국을 비롯해 한국 증시가 강한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경기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년 성장의 정도를 좀더 지켜보자는 심리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올 4분기에 대한 미국의 지표, 국내의 지표가 나오는 내년 1분기가 돼야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권사들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하나마나한 전망을 내놓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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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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