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금서비스=서비스?

[기자수첩]현금서비스=서비스?

김준형 기자
2003.12.23 19:24

[기자수첩]현금서비스=서비스?

'현금서비스 한도를 초과했습니다'

기다렸던 돈은 나오지 않고 차가운 메시지만 인출기 화면에 뜰때 느끼는 기분은 씁쓸하다.외환카드10년 고객인 기자도 한달쯤 전에 10만원을 빌려썼던 '전과'때문인지 23일 현금서비스를 거절당했다. 당장 막아야 할 빚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씁쓸함을 넘어 절망감이 들 것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앞에서는 외환카드 노조원들이 '고객을 볼모로 현금서비스를 중단한 대주주'를 성토하며 시위를 했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까먹고 유동성 위기에 몰렸으면서도 갖가지 조건을 내세워 합병반대 파업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는 고객들의 시선은 더 사나웠으면 사나웠지 나을게 없다.

서비스를 거절당한 씁쓸함과, 고객을 외면하는 회사에 대한 분노의 밑바닥에는'카드를 긁으면 현금은 자동으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언론 역시 현금서비스를 받지못한 고객을 '선의의 피해자'로 묘사하곤 한다.

사전고지도 없이 서비스를 중단한 카드사를 옹호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카드사 약관 어디에도 고객이 원하면 카드사는 돈을 자동으로 내줘야 한다는 의무는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 한도 0백만원'은 고객이 필요할때 꺼내쓰려고 카드사에 맡겨둔 돈이 아니다. 카드사의 부대업무인 현금서비스는 축소할수도, 아예 안할수도 있는 것이 '상식'이다. 무분별하게 돈을 막 퍼줘온 카드사와, 현금서비스는 항상 쓸수 있을 걸로 생각해온 고객들이 이 상식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름부터 잘못됐다"고 농반진반 말했다. '현금 서비스'라고 했더니 식당에서 "아줌마 여기 서비스 한접시 주세요!"할때 말하는 '공짜'로 생각한거 아니냐는 것이다.

한 카드사 고객이 TV뉴스에 나와 "돈이 지금 필요한데 안나오니까 답답하다"고 말한다. 현금서비스는 '공짜 서비스'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우리도 깨달을 때가 됐는데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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