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색한 만남..그리고 새치기
'LG카드 처리' 란 난제가 수읽기에 몰린 가운데 막판 밀고당기기에 한창인 정부와 시장의 대표선수가 조우했다.
국가 경제란 명분을 앞세우는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시장논리를 대변하는'외로운 고수'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6일 오후 '금융기관 신년인사회' 에서 어색한 대면을 한 것이다.
국내 금융계의 고위급 인사 4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이 둘의 일거수 일투족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최근 수차례에 걸쳐 상대방에게 가시돋힌 멘트를 날린 바 있는 두 명이 직접 얼굴을 맞대면 과연 어떤 말을 할 것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간의 설전을 정리하면 김 부총리는 지난 주말부터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협상은 마무리단계로 막판에 타결될 것" 이라며 채권단을 압박했고 김 행장은 "타결된다는 것은 저쪽 생각"이라고 맞받아 쳤다.
이날 오전에도 두 고수는 "눈앞의 자기 몫에 집착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부총리), "LG카드의 유동성은 7 ~ 8일까지 걱정없고 지원방침만 확정되면 문제없을 것" (김 행장)이라며 일합을 겨룬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얼굴이 마주치자 말을 아꼈다.
이날 첫번째 접촉은 관객의 과도한 관심 탓에 불발로 끝났다. 김 부총리와 김 행장이 악수를 위해 마주 서자 사진기자들이 대거 몰려 만남이 무산된 것. 이어 모임이 시작돼 김 부총리와 금감위원장, 한은 총재 등이 차례로 신년사를 했지만 참석자들의 관심은 온통 '염불 보다는 잿밥'에 쏠린 기색이 완연했다.
결국 만남은 신년사에 이어 새해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기원하는 참석자들의 건배가 끝난 뒤 김 행장이 부총리를 찾아가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기대했던 장면은 없었다. 형식적인 인사에 그쳤을 뿐 덕담만 오간 것이다. LG카드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한편 이날 모임이 있었던 명동 은행회관 주변은 오후 내내 최고급 검정 세단으로 붐볐다. 회관 앞 골목에서 차가 뒤엉키자 새치기 줄까지 생겼다. 뒷자리에 탄 어른을 조금이라도 빨리 모시기 위한 '잘못된 충성심' 탓이었다. 뒷자리에 앉아 있을 어른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차유리가 온통 검게 코팅돼 있어 볼 수 없었다.
금융사의 이기주의와 채권단 희생이라는 양측의 편의적 발상이 건물 밖으로 옮겨진 듯했다. 이날도 정부와 채권단은 평행선을 달렸고 시장참여자들은 불안함으로 가득한 긴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