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FT의 한국 왜곡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객관적 논조와 심층보도로 국제부 기자들에게 교과서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런 FT가 최근 LG카드 사태와 한국IBM 비리 사건을 보도하면서 잇따라 편향된 시각을 드러내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FT는 6일 한국 정부가 한국IBM에 대해 향후 입찰에서 배제시킬 것이라고 위협(threaten)했다고 보도했다. FT는 공정위 관계자를 인용, 한국 정부기관들이 한국IBM의 담합 및 뇌물 혐의와 관련, 비리 혐의가 최종 확인될 경우 한국IBM에 대해 향후 1개월에서 최대 2년간 공공부문의 입찰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담합이나 뇌물 등 불공정한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 경쟁 입찰 참여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또 FT가 정부의 입찰 배제 움직임을 보도하면서 공정위를 인용한 것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IBM에 대해 관급 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은 공정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15개 업체에 대해 비리 혐의 여부를 조사한 뒤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최종 결과를 각 중앙관서에 통보한다. 이들 업체에 대한 입찰 배제 여부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입찰을 실시하는 해당 부처에서 결정한다.
FT는 지난해말 LG카드사태와 관련, 인수 참여 권리를 8개 국내은행에 부여한데 대해 한국 정부가 LG카드 인수에 외국계 금융기관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섬나라 근성(insularity)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8개 은행은 지난해 11월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2조원을 지원했고, 당시 합의에 따라 우선적인 인수 참여 권리를 부여받은 것일 뿐이다. 당시 LG카드의 유동성 지원에 참여한 외국계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FT가 한국의 상거래 질서나 사안의 전후 맥락을 무시한 채 사실을 왜곡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