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번호이동성과 피해의식
“번호이동성이 소비자를 위한 제도라지만 기존 가입자는 아무런 덕도 못보고 있는 것 같다”
“휴대폰 조금 쓰는 사람들은 많이 쓰는 사람들 보조만 해주고 있는 것 아닐까?”
번호이동성을 화두로 던지면 ‘이 기회에 사업자 바꿔봐야 하나’라는 고민 못지 않게 ‘기존 가입자는 소외됐다’는 불만도 쏟아진다.
지금까지LG텔레콤,KTF가 내놓은 번호이동성 혜택은 주로 사업자를 바꿔 신규가입자가 된 사람이나 휴대폰 이용료가 많은 사람들이 받게끔 돼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품질이 개선됐는지는 눈에 띄지 않는데 마케팅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으니 기존 고객들은 ‘저러다 나한테 비용부담이 돌아오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마저 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KTF의 10만원 정액제 요금을 들 수 있다. 월 요금이 10만원 이상 나오는 사람은 10만원만 내고 무제한으로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 LG텔레콤 SK텔레콤도 덩달아 유사요금제를 모색중이다.
하지만 이 요금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KTF 고객은 전체고객의 1%인 10만명 정도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모두 같은 요금제를 도입한다 해도 한국 휴대폰 이용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55만여 명만 요금제 혜택을 본다.
앞으로 또 다른 요금인하상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이는 이통사 전반 수익성을 비롯해 전반적인 요금인하 여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외된 고객 불만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피해의식과 관련된 자투리 이야기 하나 더. LG텔레콤과 KTF 관계사에 근무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은 SK텔레콤 가입자 할당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다. 한 사람 당 15~20명 씩 끌어오도록 지시받았는데 썩 내키지 않는 듯 하다. 자기 업무 외 ‘과외활동’으로 해야하는 일이고 때로는 자기 주머니돈이 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LG계열사 직원과의 대화다.
“이런 할당은 저한테는 아무 득도 안되요. 가입자를 많이 끌어오면 LG텔레콤은 좋아라하겠지만 우린 도리어 피해를 본다구요”
“무슨 피해를 보는데요? 수당도 준다면서…….”
“아는 사람들한테 부탁하기 뭐하기도 하고, 한명 끌어오는데 쓰는 비용이 수당보다 더 들때도 있죠. 밥 한번, 술 한잔이라도 사야 옮길까 하는데 이럴 땐 가입자 끌어온 수당보다 제 주머니 돈이 더 많이 깨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