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건축 조합원의 반격

[기자수첩]재건축 조합원의 반격

원종태 기자
2004.01.14 19:51

[기자수첩]재건축 조합원의 반격

지난해 12월31일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경기도 군포시 산본 구주공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은 요즘 밥맛을 잃은 채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청천벽력과도 소식을 들었다. 자신들의 아파트를 더이상 팔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조합원은 신축아파트 소유권 등기일까지 지분 전매를 금지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이날 공포와 함께 전격 시행된 것이다. 개정안 입법을 추진한 건설교통부에서조차 2004년 1월 중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여서 조합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단 하루만 빨리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더라도 1763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매매는 1회에 한해 가능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미 31일 0시를 기해 전격 시행됐고, 이 아파트 조합원이 군포시로부터 조합설립 인가증을 손에 받은 것은 이날 오후 12시30분이었다.

 

이 사건은 작은 발단에 불과하다. 투기과열지구내에서 재건축을 준비 중인 150여개 조합추진위원회가 연합해 정부 개정안에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조합추진위원장들은 14일 강남구 삼성동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정부의 도정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재건축 조합원 전매 금지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조합설립 인가후 신축아파트의 소유권 등기가 있기까지 최소 5년 이상 소요돼 조합원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기꾼이 아닌 아파트 한채가 재산의 전부인 서민 입장에서는 이를 맘대로 팔고 살 수 없다는 것은 상당한 제약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건교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 명목으로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가 있었냐는 것이다.

건교부는 법조계와 학계 등의 다양한 법적 검토를 거쳐 위헌 소지가 없다고 밝혔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산권 침해 소지가 충분하다는 상반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건교부는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을 내놓을 정도로 시장 안정을 방관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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