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의 고독한 승부사

[기자수첩]시장의 고독한 승부사

박재범 기자
2004.01.15 19:10

[기자수첩]시장의 고독한 승부사

최근 LG사태를 겪으며 정부와 금융권이 마주한 시장이란 식탁에 '관치'란 오래된 밑반찬이 다시 올라왔다. 맛을 본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톡쏘는 맛은 덜하지만 은근한 짠 맛은 여전했다고 입을 모은다.

LG카드와 직접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서울 외환시장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정부의 입김은 '보이지 않는 손'은 커녕 거의 '신(神)의 손'으로 통하고 있다.

외환당국과 딜러, 기업, 은행 등 환시장 참가자들은 매일매일 숨가쁜 게임에 나서지만 당국은 결정적인 순간 '참여자'에서 '조정자'로 얼굴을 바꾼다. 그리고 그 때 마다 영낙없이 '관치'란 밑반찬 논란이 터져 나온다. '게임'이라기보다 '눈치보기'가 더 적합한 표현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변동성을 줄이고 투기세력을 뿌리뽑겠다'는 취지지만 다른 참여자들에겐 결국 '거대한 압력'일 뿐이다. 그런 당국이 이번에는 총알(돈) 대신 아예 '판'을 갈고 나섰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를 살 수 있는 한도를 정해버린 것. 계속된 경고와 주의를 무시하는 투기세력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듯 당국자의 의지는 확고하고 결연하다.

'외환자유화라는 구호가 무색하다'는 비난에서 '미봉책이지만 어쩔 수 있나'라는 푸념까지 이날 시장 반응은 다양했지만 당국의 얼굴에는 고독한 확신이 넘쳤다. "변동성을 사랑하는 사람(딜러)보다 안정을 희구하는 다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말은 '공공의 적'을 척결하기 위해 나선 수호자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수출을 살리기 위해 환율이란 칼을 높이 쳐든 '고독한 승부사'라고나 할까.

시장에선 그의 별명을 '최충격'에서 '확신범'(?)으로까지 바꿔가며 이를 갈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즐기는 듯 하다. 적의 비난이 아군에게는 찬사라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금리, 재정은 사라지고 환율만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한국경제에서 '확신'마저 없다면 어찌될까 하는 딱한 생각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러나 수급이나 펀더멘탈보다 당국자의 말에 의해 베팅을 하는 시장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다. 그가 혹여나 군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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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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