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추가하락 두려운 증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봄소식을 알리는 입춘(立春)인 만큼 날씨가 따뜻해지겠지 하는 기대 때문에 한겨울이라면 별것 아니었을 꽃샘추위가 더욱 차갑게 여겨진다. 종합주가지수가 840선에서는 버텨주겠지 하는 희망이 무너지자 얼마나 더 떨어져야 하는가를 두려워하는 것과 비슷하다.
4일 증시는 자생력(自生力)없는 비애를 그대로 보여줬다. 840선에서 오르내리던 지수는 오후 1시부터 외국인이 선물을 2500계약 가량 순매도하면서 840 방어에 실패했다. ‘외국인 선물매도→선물가격 하락→종합주가지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졌다.
시장은 두려워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37포인트 떨어진 835.50에 마감됐다. 하락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약세장의 특징인 ‘전강후약(전장에 강했다가 후장에 약세로 돌아서는 현상)’을 나타난데다, 5일이동평균(846.45)이 20일이동평균(846.43)을 위에서 아래로 돌파하는 단기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5일중 발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날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가 함께 떨어져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한다.
외국인이 연이틀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2월 증시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아직은 “외국인 매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며 종합주가 820선에서 하락이 멈출 것(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이란 시각이 대세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 규모가 늘어나면 800선이 무너지고 700대 초반까지 되밀 수도 있다(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는 의견도 나온다.
앞으로 증시 흐름을 좌우할 변수는 외국인 매도 규모와 60일이동평균(812.79) 및 120일이동평균(779.92)의 지지 여부다. 희망론은 외국인 매도가 크지 않아 60일선에서 지지받을 것이라는 견해를 펴고, 신중론은 외국인 매도가 늘어(적어도 외국인의 순매수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어) 60일선 지지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달러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 미국과 한국이 6~7월 경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의 약세, 원자재가격 상승,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폭로전과 기업 및 개인들의 투자-소비 위축 등 증시 주변 여건을 종합해보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逆) 차별화’와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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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역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많이 올랐던 종목이 외국인 매도로 하락하고 있다.삼성전자LG전자국민은행현대모비스LG화학플레너스등이 그런 예다.
하지만 외국인 매수가 몰리는 종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의 새로운 대장주로 떠오르고 있는레인콤과 실적이 크게 호전된삼성SDI, 세계적으로 공급애로가 예상되는 PCB 업체인대덕전자와이수페타시스, 약세시장에 대안으로 떠오르는S-oil한국전력등은 상승했다.
조류독감과 광우병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수산주와 제약주는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는 ‘거품(버블)’이 생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는 오로지 시장만 알기 때문에 섣불리 버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류독감이나 광우병으로 인해 수산주 및 제약주의 내재가치(자산가치+수익가치+성장가치)가 한달 내외에 5~10배 늘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최근 주가 급등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락장에서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한 신고가 종목이 거래소에서 32개, 코스닥에서 10개나 나온 것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삼성화재하나은행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이날 장중에 신고가를 기록했다가 전날보다 떨어졌다.현대엘리베이터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져 최근 급등했던 종목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황태자의 슬픔에서 벗어난 ‘황제주’에 주목
달은 해가 있음으로서만 빛을 내는 슬픈 운명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이른바 ‘황태자’들도 그들을 사랑해주었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예외없이 감옥에 갔다는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됐다. 주식시장에서도 대장주가 올라야 뒤늦게 상승하는 종목이 있다.
반면 증시가 강세로 돌아설 때 가장 먼저 오르기 시작해 가장 많이 상승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가장 늦게 내리기 시작해 하락폭도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도 있다. 이런 종목들은 다른 기업들이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황제주’들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나의 길(My Way)'를 외치며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은 “지금은 계속 페달을 구르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라며 “원/달러환율이 떨어지더라도 변함없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채원 동원투신운용 투자자문실장은 “‘프랜차이즈(독점판매권)’가 있는 회사가 그런 종목”으로 제시한다. 프랜차이즈는 △소비자들이 비싸더라도 꼭 그 제품을 살 정도로 브랜드 가치와 제품 충성도가 높고(태평양농심롯데칠성등) △정부의 인허가권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있으며(가스주 등) △전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 수익이 줄어들 경우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이 있는 기업(삼성전자삼성SDI등)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