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시험대 선 출연연, '국민에게 필요한 연구' 집중
희토류 공정엔 '냉정한 평가'…해외 자원 부국 손잡아야
기술사업화 초집중… "성공률 200% 목표"

30년 만의 PBS(연구과제 중심 제도) 폐지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시험대에 섰다. 정부가 2030년까지 출연금 인건비 비중을 100%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과도한 과제 수주 경쟁은 사라지지만, 출연연은 그만큼 투자를 받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중차대한 변화의 시기, 출연연을 이끄는 수장의 어깨가 더 무겁고, 일분일초가 아쉽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이한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가시적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걸 체감한 한 해"라며 "(국민에게) 필요한 성과를 빠르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욱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1948년 중앙지질광물연구소로 출발한 지질자원연은 국내외 육상·해저 지질조사, 지하자원 탐사·개발·활용, 지질재해 및 지구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을 도맡고 있는 국가연구기관이다. 권 원장은 지난해 5월 제22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권 원장은 취임 직후 PBS 단계적 폐지라는 변화를 맞닥뜨렸다. 정부는 출연연의 수탁과제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국가적 임무 중심의 대형 R&D인 전략연구사업을 기획하도록 했다. 지질자원연의 역할과 기능을 증명할 첫 과제다. 권 원장은 즉시 TF(태스크포스) 조직을 꾸렸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젊은 연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첫 전략연구사업으로 △인공지능형 지하수 인터랙티브맵 개발 △복합 재난 안전망 혁신 전략 개발 △희토류 가공 K-플랜트 핵심장비 개발 사업이 선정됐다. AI를 기반으로 지하수 개발유망지를 찾고 전 국토의 지진단층과 지반함몰 등을 분석해 지진, 싱크홀 등 각종 재해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희토류 가공 K-플랜트는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실증 플랜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차전지, 반도체 등 한국 핵심 산업의 원재료인 희토류를 국내 기술을 통해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자원 확보 기술은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수입산에 의존하는 한국에 특히 민감한 분야다. 권 원장은 "희토류 가공 기술이 그렇게 어렵지 않음에도 환경적 문제로 인해 중국 외 다른 국가가 굳이 나서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며 "연구원이 보기에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희토류를 높은 순도로 추출하는 공정만큼은 중국의 기술력이 압도적이다. 그건 냉정한 현실"이라고 했다. 같은 순도의 희토류를 뽑아내기 위해 한국이 분리 프로세스를 400번 거친다면 중국은 100번 내 해낸다는 것이다. 공정이 짧은 만큼 중국산 희토류는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권 원장은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친환경적 공정을 확보하는 건 기본이고, 무엇보다 중국의 효율성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한 3~5년간 중국 이상의 투자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친환경 기술만 확보하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력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장밋빛 미래'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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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질자원연이 희토류 가공 K-플랜트를 전략사업으로 내세운 건, 자원은 많지만 기술이 없는 나라와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선광·제련 등 기술력을 내세워 자원이 풍부한 호주와 오랜 기간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 원장은 "해외 광산에 우리 기업이 진출해 채굴권 등을 우선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기 어려운 고난도 자원 평가·가공 기술을 국내 기업에 제공하는 게 연구원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심 광물은 정부가 명운을 걸고 내내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술사업화도 본격화한다. 권 원장은 "지질자원연의 기술사업화 수준은 상위권이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지질자원연이 지난해 기술사업화를 통해 거둬들인 기술료는 약 26억원이다. 20억원을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 3년간 15억원대를 유지해왔다. 출연연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연구원의 경우 한해 수백억 원에 이르는 기술료를 창출한다.
권 원장은 "우선 30억원대부터 안정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 설명회와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산업계의 수요를 파악해 기술사업화 센터 주도로 기업과 연구자를 연결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를 투입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가 예산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저평가받지 않도록 전문가가 거래를 중개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구축하려는 것이다.
권 원장은 "지질자원연 곳곳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보석 같은 연구 성과가 많다"며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2020년 대비 200% 높이는 것이 남은 2년의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