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자리와 교육은 '같은 주제'

[광화문] 일자리와 교육은 '같은 주제'

이중수 부국장대우
2004.02.08 16:44

[광화문] 일자리와 교육은 '같은 주제'

한 공과대학 교수가 기자와 식사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30여년전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진 학급수의 비율은 4대 6 내지 3대 7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대학 신입생들에게 물어보면 이 비율이 거꾸로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에 배출된 많은 이과생들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특히 국민소득 1만달러를 만들어온 힘이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지금의 이런 문과-이과 학급비율로는 앞으로 2만달러는 커녕, 거꾸로 5000달러로 내려갈 판이라는게 그의 지적이었다.

최근 10년 가까이 계속돼온 이공계 기피현상은 단순히 교육 부문의 대안제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게 기자의 시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교육은 교육대로, 노동시장은 노동시장대로 따로 노는 현상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 개인은 유아시절을 거친 뒤 초-중-고등 교육을 거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시민의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시장의 필요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교육에서는 이 두가지 교육의 목표가 모호하게 설정돼 있다. 사회질서와 법치문화를 존중하는 민주시민의 역량을 가르친다는 전인교육은 강조되는 반면, 노동시장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데는 소홀하다.

이는 상당수 교육자와 교육학자들이 '고교교육도 전인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단계'라고 주장하며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데서 알 수 있다. 이들은 심지어 대학교육마저도 이같은 전인교육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선진국을 보자. 이들에게 교육은 바로 노동시장과 맥을 같이한다. 그래서 고교 단계에서 '선택'을 하도록 교육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있다. 이 선택의 시기가 어느 시점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따로 논란이 필요하겠지만 사회진출에 따른 직업교육이 필요한 이들은 이 시기에 그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받게 된다.

대학진학이 목표인 학생들에게는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에 온힘을 쏟는 학교가 준비돼 있다. 전인교육이라는 허울 아래 입시교육이 소홀히되지 않을 뿐더러 이 시기의 학생에게 필요치 않은 과목에 노력을 낭비하는 일도 없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대학을 가야만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욕구에 맞춘 교육정책 탓에, 개인이 선택해야 할 시기를 늦추는 '교육기간 늘리기'의 파행이 이뤄지고 있다. 현행 교육제도는 고급인력을 키워내는게 아니라 대학 이후로 선택의 시기를 늦춰놓은데 불과하다는 얘기다.

학부모의 욕구를 만족시키겠다는 눈치보기 교육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학부모의 비판을 듣더라도 국가 인재양성과 개인의 교육기회를 넓히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일단 직업현장에 나가더라도 나중에 필요하면 재교육 또는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찾아내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제 노동시장에서도 단순히 학벌 중심의 채용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마련되고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산-학 협동을 활성화해 효율적인 자원투자가 되도록 노동시장과 연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산업체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교육은 등한시한채 고고한 상아탑의 논리만을 앞세우는 죽은 교육도 수술해야 한다. 교육의 시스템 부재로 투자자원의 낭비와 노동경쟁력없는 고등교육 인력의 남발을 없애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이같은 시스템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행 교육현장에서 교육자들의 질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는 듯하다. 교사평가제를 도입해 교사들이 학원 강사보다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공교육이 살아날 거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문제는 교사평가제 등의 새로운 제도 도입만으로 풀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교육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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