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인들의 소박한 바람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되는 판에 어디 물건을 사러 시장 나오겠습니까? 이럴 땐 살기 어려운 서민들은 더욱 힘들어 지는 거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주말 남대문시장.이 시장에서 십수년째 장사를 해 왔다는 한 상인은 "바닥 민심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지금 정치인들의 관심사는 첫째도 총선, 둘째도 총선, 셋째도 총선이 아니겠냐"며 도대체 총선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정치권에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재래시장은 백화점과, 할인점보다 상대적으로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장을 찾는 주고객층이 서민과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경제와 상관없는 정치 사회적 이슈에도 매출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바짝 움추려든 소비심리로 불경기의 한파를 겪고 있는 시장상인들은 탄핵안 가결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장사를 망치게 됐다'며 얼굴에 그늘이 가득했다.
올해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는데 때아닌 `폭설'로 기를 꺽더니 이번에는 `탄핵'까지 겹쳐 장사하기 힘들다며 '절망'을 내보였다.
때마침 대형백화점 매출이 서울 6개 점포의 금-토-일 주말 판매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신장했다는 소식에도 재래시장과는 상관없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백화점 관계자도 내수침체가 지난해 2월부터 급락했던 점을 감안할때 이날 매출증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고 보면 재래시장에 손님이 몰리길 기대하긴 힘든게 사실인 것 같다.
상인들은 늘어나는 것은 유일하게 `술 소비'라며 '희망을 주는 정치'를 언제쯤이면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지금 시장은 '희망'이라는 단어에 목말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