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시장과 운(運)을 테스트하지 마라

[내일의 전략] 시장과 운(運)을 테스트하지 마라

홍찬선 기자
2004.03.16 18:30

[내일의 전략] 시장과 운(運)을 테스트하지 마라

질문1; 의병(개인)과 관군(기관)은 과연 외국인의 매물압력을 이겨내고 승리할 수 있을까?

질문2; 숲이 불타는데 그 숲에 있는 내 집은 온전할까?

질문3; 병에 물이 반쯤 차 있다. 그것은 벌써 반병이 없어진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반병이 남아있는 것인가?

증시가 고단하고 짜증나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좁게 보자면 830~860이고 좀 넓게 보면 810~910이 당분간 움직일 수 있는 범위다. 밧줄에 매어있는 개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밧줄이 끊어지지 않는 한) 밧줄 길이보다 멀리 나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위의 질문 3가지는 앞으로 증시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용 물음이다. 증시 전문가나 주변 사람, 그리고 신문과 방송이 어떤 말을 하던 나는 위의 3가지 질문에 어떤 답을 내는가를 따져봐야 요즘처럼 알기 어려운 증시에서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주가 불안한 안정..국내외 악재에도 선방했지만 체감지수는 썰렁

16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13포인트(0.25%) 떨어진 850.13에 마감됐다. 심리적 지지선인 850선을 회복했지만 60일이동평균(851.80) 위로 올라서는데는 못미쳤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25포인트(0.53%) 하락한 423.01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종목이 거래소 439개, 코스닥 443개로 상승종목(거래소 313개, 코스닥 367개)보다 훨씬 많았다.

종합주가는 전세계 증시의 하락 영향으로 외국인이 1421억원 순매도한 탓으로 한때 838.1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투자신탁과 개인이 순매수에 나서 하락폭을 줄였다. 그러나 투자신탁의 순매수는 대부분 프로그램 매수(1873억원, 매도는 548억원)에 따른 것이어서 순매수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PR매수로 0.57% 올라 지수하락폭을 줄였으나 증시여건이 호전되지 않으면 하락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만과 한국, 닮은 점과 다른 점; 외국인 파는 게 아니라 사지 않는 것이다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 지난 12일 6700억원어치 순매도한데 이어 15일에도 3300억원 팔아치워 한국에서도 대규모로 순매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6일 동안 3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순매도 종목이삼성전자POSCO국민은행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외국인은 한국과 대만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어 대규모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외국인이 그동안 대만의 정치를 안정된 것으로 인식하다가 최근 총통선거를 앞두고 예상외로 불안해진데다 대만 경제에서 IT(정보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미국 IT경기가 주춤해지면서 대규모로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의 정치 불안은 의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한국 경제는 IT 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대규모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외국인이 최근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매도는 그다지 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외국인은 3월들어 하루에 평균 5000억원어치 가량 팔고 있다. 반면 매수는 월초에 6000억원 이상을 유지하다 최근에는 3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혁명)주체세력의 퇴장, 기다리는 반등은 오지 않는다

외국인이 파는 게 아니라 사는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증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SK증권 박용선 종로지점장은 “그동안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것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였다”며 “주도세력이 퇴장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 탄핵과 전세계적인 테러공포 등이 겹치고 있어 주가 상승은 당분간 여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증권 이진규 르네상스지점 부지점장도 “외국인이삼성전자POSCO현대자동차등 업종대표주를 팔고 있어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기다리는 반등은 잘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영투신운용 이승호 주식운용팀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투자하는 미국 펀드의 자금유입이 주춤하고 있으며 미국 증시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어 증시는 당분간 시간끌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도세력이 눈치를 보며 사지 않고 팔고 있는데 굳이 '나는 할 수 있다'며 뛰어드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시장과 자신의 운을 테스트하려 하지 말라

질문1에 대한 답; 전적으로 외국인에 달려있다. 하루에 1000억원 미만으로 1주일 이내에서 팔면 기관과 개인이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 하지만 하루 매도 규모가 1000억원 넘게 1주일 이상 계속 팔면 기관과 개인은 실탄 부족으로 두 손을 들 것이다.

질문2에 대한 답; 아주 잘 지은 집 몇 채 정도는 온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집도 많이 그을리고 구석구석은 무너지는 등의 피해까지 피할 수는 없다.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하락장에도 오르는 주식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갖고 있다)는 자신이 있는 사람은 하락장에 뛰어들어도 손해보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른다.

질문3에 대한 답; 종합주가가 60포인트 떨어졌으면 충분하다는 사람과 그만큼 떨어졌으니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엇갈린다. 가치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것이고 손익계산서도 다르게 만들어질 것이다.

‘매에 장사 없다’는 속담이 있다. ‘칼로 일어난 사람은 칼로 무너지고 수급으로 오른 주가는 수급으로 하락한다’는 격언도 있다.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주체세력인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있는데, 변방세력이 나와 한번 해보겠다고 해서 대세를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다.좋은 주식 싸게 살 기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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