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지수 870이 새로운 출발점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 주가가 많이 오를 때 의외로 상승폭이 클 수 있다.’ ‘단기에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들이 일시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함으로써 지수 상승폭이 컸을 뿐이다. 주가가 추가로 오르기 위한 모멘텀을 찾기 힘들어 큰 폭의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17일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22.25포인트(2.62%) 오른 872.38에 마감되자 증시전문가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탄핵과 테러 같은 장외 악재로 주가가 급락한 뒤 미국 증시가 소폭 상승함으로써 반등할 것으로는 예상했으나 오름폭이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테러와 탄핵을 빼고 주가를 다시 보면…
종합주가가 테러와 탄핵이란 돌출 악재로 폭락하기 전(869.93)의 수준을 회복했다. 장외악재가 한차례의 ‘노이즈(소음)’으로 끝나고 주가가 증시 내부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단계로 다시 돌아왔다는 뜻이다. 장외 악재를 제외했을 때 증시의 방향은 상승일까, 하락일까. 아니면 상승도 하락도 아닌 옆걸음일까.
키는 여전히 외국인이 쥐고 있다. 대만에서 대규모 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이 이날 450억원 가량 순매수함으로써 주가 상승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한국은 대만과 다르다’는 평가에 따라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면 주가는 한차례 더 상승할 수 있다. 외국인 매수 강도에 따라선 900선 돌파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면 지수도 하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매도와 매수가 균형을 이루면 현 수준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는 옆걸음 장세가 펼쳐질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살 것인지, 팔 것인지의 여부는 3가지 변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세계 경제 및 증시는 중립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FRB가 불안한 고용시장을 내세워 금리인상을 당분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어 일단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10%대 성장에서 7~8% 성장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한국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둘째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느냐 여부다. 지난 2월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했던 것은 펀드에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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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유입보다는 유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에서 판 자금으로 한국 주식을 살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지만, 한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성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한국 정치안정과 기업실적의 대대적인 개선 여부다. 대통령 탄핵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안정되고 있어 투자심리도 안정을 찾고 있다.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이 3조4000억~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POSCO현대자동차등 업종 대표주들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매수가 늘어날 수 있다.
냉정을 찾고 17일 외국인 매매를 찬찬히 뜯어보면…
외국인은 이날 4429억원어치 사고 3849억원어치 팔아 580억원어치 순매수를 나타냈다. 매도가 1000억원정도 줄어든 반면 매수는 다소 증가한 덕으로 소폭의 매수우위를 나타낸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 17일 은행업종지수는 3.94%나 올랐다.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날 은행주를 상당히 많이 내다팔았다.기업은행(79만주)신한지주(18만주)하나은행(11만주)대구은행(10만주)외환은행(10만주)국민은행(8만주)부산은행(8만주) 등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외국인 산 은행주는한미은행(28만주)과우리금융(15만주) 정도였다. 주가가 반등하는 틈에 외국인이 은행주를 내다판 양상이었다.
외국인이 주로 산 종목도삼성중공업현대자동차굿모닝신한증권현대상선대우조선해양한화대우건설등이었다. 한국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잡았다고 판단하면 삼성전자 국민은행 삼성SDI POSCO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을 것이다. 외국인은 아직도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보수적 자세가 바람직
일본의 토픽스지수가 3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나스닥선물지수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종합주가는 조금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 삼성중공업(9.90%)과 현대자동차(5.58%) 굿모닝신한증권(8.76%) 대우조선해양(6.91%) 한화(5.29%) 등이 큰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종합주가지수 880선을 뚫고 상승하면 900선 위로 올라갈 여지가 있으나 그 아래서 꺾이면 840선 아래로 되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그동안 많이 하락했던 종목이 동시에 기술적 반등함으로써 지수 상승폭이 의외로 커졌다”며 “지수가 한꺼번에 올라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줄어든만큼 공격적 매수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김종국 투자정보부장도 “한국 우량주식 주가가 아직 가치에 비해 낮다는 인식이 있으나 테러와 고유가 등의 부담이 남아있고 탄핵과 총선 등 잠재적 불안요소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총선 전까지 지수는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석규 B&F투자자문사장도 “지수가 의외로 큰폭으로 반등했으나 세계 경제흐름이 좋지 않은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유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