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노당의 딜레마

[기자수첩]민노당의 딜레마

이상배 기자
2004.04.23 09:34

[기자수첩]민노당의 딜레마

매각을 앞둔 한국.대한투자증권의 노동조합이 새 주인 고르는데 비토권을 요구했다.

두 노조의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연맹의 곽태원 위원장은 22일 증권거래소 기자실을 찾아 한투.대투 인수대상에서 배제돼야 할 4곳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하나은행 컨소시엄, 동원지주, AIG, 칼라일 등이다. 한투.대투의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거나 단기차익에만 몰두할 곳들을 제외하란 주문이었다.

 사무금융노련은 예전에도 비슷한 주장을 했왔다. 다만 이날 회견이 주목을 받은 것은 4.15 총선에서 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비토한 4곳에 매각될 경우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파업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동원증권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무금융노련이 비토 이유로 내세운 `50% 인력감축설'에 대해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 정도 줄일 회사면 사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매각주체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난색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비싼 값을 받으려면 여러 경쟁자에게 흥정을 붙여야 되는데, 노조가 비토권을 행사하려하니 값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우려했다. 노조가 고용보장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이를 한투.대투 인수기관 선정의 기준을 삼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인수자와 노조가 해결할 문제라는 것.

 노조측도 몸값 떨어지는 소리를 외면하지 못하는 눈치다. 총 7조7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마당에 몸값마저 떨어지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고용보장되는 매각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무성의로 일관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한투.대투 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경우 민주노동당이 연대해줄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그러나 원내 3당으로 제도권에 들어선 민주노동당이 8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이 달린 금융사 매각에 대한 파업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수천여명의 고용안정과 수조원의 공적자금 회수라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민주노동당의 숙제가 된 셈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