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구잡이식 벤처지원의 댓가

[기자수첩] 마구잡이식 벤처지원의 댓가

김현지 기자
2004.04.27 10:09

[기자수첩] 마구잡이식 벤처지원의 댓가

"헬리콥터를 타고 가면서 하늘에서 거의 돈을 뿌리는 식이었지요"

지난 2001년 벤처거품이 꺼진 뒤 벤처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자 정부가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800여개 중소 벤처기업들에게 2조2000억원의 돈을 지원해준 방식이 이랬다.

"자금을 수혈받은 지 얼마 안된 업체 두 곳이 부도났다는 말을 듣고, 정부가 과연 지원 대상을 어떻게 선정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업계 관계자의 말에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정부가 당시에 얼마나 엉성하게 중소 벤처에 뒷돈을 대주었는지를 지를 지적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5월 벤처 대란설’이 흉흉한 가운데 정부는 결국 벤처기업의 프라이머리CBO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전액 만기 연장은 아니다. 원리금의 일정 부분이라도 갚아야 나머지 금액에 대해 만기연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 이는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하기엔 때늦은 조치와 탄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일을 또 들추는 것이지만 프라이머리CBO는 태생부터 잘못될 여지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오는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말이 `선별'이지 분위기는 `일단 살려 놓고 보자'는 식이기 때문이다. 와중에 국민이 낸 혈세는 부지런히 깨져 나간다. 프라이머리CBO에 보증을 선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재정경제부에 2000억 여원의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기술신보가 지원받아야 할 금액은 앞으로 더 불어날 수도 있다.

프라이머리CBO 문제가 주기적으로 만기연장을 해주는 방식으로 재원을 탕진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엄격한 기준과 심사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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