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국민연금 존속이유 있나
국민연금에 대한 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가 내 놓은 처방이 국민들을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가 과연 노후생활 대책을 위한 최선의 제도인가에 대해 아직 국민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도라도 시행 상에 무리와 부작용이 속출한다면 제도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제도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는 수단 모두 정당하여야 한다. 목적이 좋다고 무리한 수단까지 합리화될 수는 없다.
공평한 국민연금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가입자들의 소득 파악이 가능한 전지전능한 국민연금 관리공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소득이 유리알처럼 노출되는 직장인으로부터 꼬박꼬박 보험료를 징수하면서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료 징수가 부진하면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간에 형평성은 상실된다. 게다가 지역가입자들의 민원이 속출하니까 보험료징수를 유예하는 조치가 땜질처방으로 발표되면서 형평성은 더욱 더 상실되어 가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역가입자들의 소득 파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무리수를 두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저항이 심해졌다. 따라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보험료 징수를 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취하수록 국민연금의 고갈시기를 앞당기게 된다. 이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보험료 부담을 높이거나 보험급여를 줄이는 악순환을 재연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국민개개인이 노후를 준비하는 것보다 국가가 개입하여 노후를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은 내버려 두면 노후를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현재 소비에 치중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정부가 나서서 주식시장이 침체되면 부양시키고 너무 과열되면 조정기를 갖도록 유도하겠다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는 수많은 투자가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정부의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국민개개인의 노후대책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은 너무 이상적이며 국민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국민은 때로는 정부보다 더 영악하며 자기 스스로 노후대책을 세워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개개인의 노력이 고양될 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시장경제원리가 보다 더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노후대책을 수립할 수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서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정도의 연금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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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추세라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약속하고 있는 연금의 수령여부도 불확실하지만 설사 연금을 수령하여도 소위 용돈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국민은 국민연금과 별도로 노후대책을 세워야한다. 이런 가운데 형평성마저도 확보하지 못한 국민연금에 강제로 가입을 강요당하는 국민들은 결코 국민연금을 고운 눈으로 바라 볼 수 없다.
국민연금이 거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외부의 입김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과거에는 공공자금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연금의 자금이 사용되어 수익률을 저하시켰지만 오늘날에는 주식시장의 수호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촉발한 직접적인 주범으로 종금사의 만기불일치가 흔히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만기일치가 위험관리의 ABC로 통용되고 있다. 위험관리의 측면에서 볼 때 장래 확정금액을 지불하여야 하는 연금의 특성상 주식투자는 합당하지 않다.
오늘날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저조한 이유는 개인들이 투자신탁 등 기관투자가에게 돈을 맞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땅에 떨어진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신뢰회복을 통해 국민들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실물경제를 활성화시켜 주식시장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손쉬운 대로 국민연금을 통해 주식시장을 회복시키겠다는 생각은 선후가 뒤죽박죽된 발상이다.
주한미군 철수 등과 같은 외부환경의 악재로 인해 외국투자가들이 보유주식을 팔아 치우기 시작할 경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는 외국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만 될 뿐이다.
국민연금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본질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국민의 노후보장이라는 명분으로 덮어버릴 수 없다. 정부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은 기초생활연금으로 충분하다. 전지전능하지도 않는 국민연금이 영악한 국민을 위해 주식투자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국민의 노후를 걱정하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돈은 국민연금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기 때문이다.